[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현재 한국의 전기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 5593대이고, 2022년까지 약 35만대의 전기자동차가 등록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즉 4년 내에 최소한 한국에는 35만개의 전기차 배터리 팩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배터리 팩은 여러 개의 셀이 합쳐진 모듈로 이뤄져 있어 실제 배터리 셀 개수는 수천만개 이상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아닌 배터리에서 동력을 얻는다. 통상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수명은 7년~15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수명이 다 한 전기차 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할까.

▲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출처=삼성SDI

ESS용 배터리로 변신하는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7~15년 정도 운행하게 되면 주행거리 감소, 충전·방전 속도 저하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능이 저하되면 더 이상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로는 사용 가능하다. 초기 용량의 70~80%정도의 성능을 보이는 ESS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ESS용 배터리로 전기차 배터리가 변신하면 약 10년 이상 배터리로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용 배터리를 ESS용 배터리로 재활용하고 있다. BMW는 전기차 i3의 중고 배터리를 활용한 가정용, 상업용 ESS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닛산은 2016년에 전기차 폐 배터리를 활용한 가정용 ESS를 판매했다.

한국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제주도에 ‘전기차 폐 배터리 재사용센터’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2023년까지 ‘전기차, ESS 폐 배터리 재활용 센터’건립도 계획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개발을 본격화했다. 지난 6월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핀란드의 바르질라(Wartsila)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ESS관련 신에너지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과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전기차 폐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재료를 다시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소재 업체 등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LG화학 ESS용 배터리 모듈.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한국 배터리 업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 주시중”

한국의 대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주시중이지만 본격적인 재활용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미온적이다. 이유는 아직 전기차 폐 배터리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충분한 양의 폐 배터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지 불과 3~5년밖에 되지 않아 폐 배터리가 나오려면 최소한 2020년은 넘겨야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폐 배터리의 안전성 및 성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여기에 더해 폐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방폭 공간과 공조시설, 소방시설 등의 보관시설의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면서 “현재 전기차 폐 배터리에서 원재료를 뽑아내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사업적으로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한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재활용과 관련해 특별히 사업을 염두에 두는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29G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10GWh정도가 ESS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 배터리 재활용 프로세스. 출처=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