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내 패션업계 ‘빅4’로 불리는 코오롱FnC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코오롱FnC은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 트렌드 변화, 시장 정체 등이 겹치면서 몇 년째 매출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 국내 패션업계 ‘빅4’로 불리는 코오롱FnC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코오롱FnC은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 트렌드 변화, 시장 정체 등이 겹치면서 몇 년째 매출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출처=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FnC은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65억원, 영업이익이 6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51.5% 하락했다. 이익률도 3.3% 감소했다. 이미 올 상반기 패션부문 매출이 49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1% 감소했다.

7, 8, 9월 패션 비수기 진입과 올 여름 특히 더운 날씨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제품 단가가 높은 4분기는 패션업계 성수기지만 올겨울 날씨, 물량조달 등의 영향으로 패딩 판매가 저조하면 코오롱FnC 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오롱 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63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한 해 매출은 1조원을 간신히 넘긴 1조957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10년 1조 클럽에 첫 가입할 당시 매출(1조1068억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코오롱FnC는 2013년 1조14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조2490억원, 2015년 1조1516억원, 2016년 1조1372억원 등 년 연속 매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오롱FnC의 실적 부진은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영향이 크다. 코오롱스포츠의 브랜드 비중은 코오롱FnC 전체 사업부의 절반에 이른다. 2010년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연매출 4200억원에서 해마다 성장하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경쟁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아웃도어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사업 연간 실적 추이.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지 않고 코오롱스포츠에만 매달린 단순한 포트폴리오가 매출 하락을 자초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존재감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코오롱FnC의 제화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론칭 3년 만에 사업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숍 매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도 직영점과 대리점, 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전국 268개인 코오롱스포츠 매장은 지난해 248개, 올해 230여개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코오롱FnC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조이코오롱’ 서울 무교동 직영점을 폐점했다. 하반기 추가 철수 매장까지 고려하면 매장 수가 200개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경쟁업체들은 다양한 브랜드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패션기업 강자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면서 “식음료 사업 등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하고 있지만 코오롱FnC는 현재 눈에 띄는 신규 사업이 없고 온라인, 뷰티 등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층을 대상으로 국한된 전략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를 즐기는 중장년층 뿐 아니라 유행이 민감한 10대에서 20대 등 젊은층을 공략해 매출 성장의 주효한 역할을 했다. 반면 코오롱스포츠는 중장년 고객층에만 집중한 결과 점점 시장의 흐름에서 멀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스페이스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나중에 성장하면 또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찾기 때문에 타깃을 넓히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면서 “중장년층의 대표 브랜드라는 인식이 박힌 코오롱 입장에선 몇 년 전 잘 나갈 때 벌어들이는 이익이 현재 이익이 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 브랜드 전략이 어긋났다는 얘기도 많다. 코오롱스포츠가 아웃도어업계 선두주자라는 존재감은 거의 사라졌다. 석정혜 디자이너가 떠난 ‘왕년의 효녀’ 쿠론 핸드백 역시 예전만 못하다. 과거 인수한 브랜드 슈콤마보니와 럭키슈에뜨는 그나마 순항하고 있지만 젊은 콘셉트와 상반되는 높은 가격으로 대중성이 떨어진다. 노후한 골프브랜드 ‘엘로드’를 접고 젊은 감각의 ‘왁’을 출시했지만 마케팅 여력이 없어 브랜드 전개가 순탄치 못하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가 고객층 확장을 위한 전략도 부진 이유로 꼬집고 있다. 최근 경쟁업체인 한섬으로부터 프랑스 여행 패션 브랜드 이로(IRO)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인수하며 여성복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지만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데다 이전 스포츠 캐주얼 중심의 불안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코오롱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확장 보다는 온라인 코오롱 몰을 키우는 등 패션에 집중하고자 한다”면서 “이미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구축돼 있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성공시키느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아들 이규호 전무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 2012년 입사한 이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 등 굵직한 계열사들에서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올 들어선 갓 설립된 계열사인 리베토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신사업 추진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전무는 패션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한계에 직면한 국내시장 대신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 브랜드 론칭은 물론 첨단통신기술이 탑재된 커넥티드 패션(Connected Fashion) 사업을 적극 육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커넥티드 패션이란 사물인터넷(NB-IoT)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wearable) 의류를 일컫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전 주력시장인 중국 뿐 아니라 미주, 유럽지역으로 판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해 원가 부담을 줄이는 것도 이 전무의 과제로 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부터 '코오롱몰'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 플랫폼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한 덕분에 유통비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도 전 품목을 이용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추가 전략도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