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핵심은 금융불균형 확대를 막는데 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고려시 금리 동결은 금융안정리스크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업들의 신용상태가 더 나빠졌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위험 요인을 지목했다. 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양국의 ‘시장 안정’에 대한 관점도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리 정책 실기론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시장의 한은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이번 금리인상 결정은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인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불균형을 축소하는데 금리인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거시건전성 강화,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함께 금리 인상이 금융안정에 작용한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은 1514조원에 달한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소득이 늘어나는 수준보다 낮다.

금리인상으로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고려한 가계부채 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127만1000가구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11.6%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206조원으로 전체의 21.2%다.

초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3.1%를 차지한다. 부채는 57조4000억원이다. 한은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초고위험가구가 38만8000가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한은의 입장에서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시한폭탄과 같을 것”이라며 “향후 부동산 가격 연착륙과 부채증가 속도를 완만히 조절하는 것이 한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은은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택해 소통 능력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며 “한은의 경기진단을 신뢰하지 않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은은 금리인상 의지를 피력해왔지만 국내 채권 시장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불명확한 시그널은 ‘면피용’이라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중앙은행의 시장통제력은 상실된다. 이번 금리인상 결정요인 중 하나가 잃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향후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경기둔화가 부담이다.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올해 7월 기준치 이하로 내려왔다. 국내 경기의 위축 국면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향후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강해지면서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오히려 ‘고점’이라는 인식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이날 국내 장기채 금리가 오히려 하락했다”며 “시장은 한은이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한 차례 정도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시해왔던 만큼 한은의 이번 결정은 ‘독립성’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이 총재가 ‘매파’로 알려져 있었던 만큼 시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정부와 관련 당국이 금리인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결과론적으로 한은은 금리를 올렸다.

이는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여준 행보와도 다르다. Fed는 올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된데 이어 역전했지만 한은은 국내로부터의 자금유출을 우려하지 않는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해왔다.

지난 28일 Fed는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기업부채의 위험성을 지목했다. 또 금리인상 시 증시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금리(2.00~2.25%)가 중립수준의 ‘바로 아래’(Just below)에 있다며 시장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한은이 주목하는 가계부채와 Fed가 우려하는 기업부채는 그 성격이 다르지만 ‘부채’라는 큰 틀에서는 같다. 그러나 대응하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좁혀졌지만 한은과 Fed의 ‘디커플링’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Fed의 금리속도 조절에 한은이 자신감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정책 여력 확보 요인이 가장 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은이 시장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