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베이징에 등장한 한 배달 로봇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에게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로봇이 등장한 것은 지난 9월. 3피트(90㎝) 크기의 빛나는 금속 실린더 두 대가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의 책상에까지 점심을 날라주고 있었다.

베이징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한 번만 두드리면 스쿠터를 타고 국수나 만두를 배달해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로봇을 시험해 보기 위해, 건물 안에 있는 로봇이 직접 배달해 주기를 원한다는 멘트와 함께 평소처럼 배달 앱에 샐러드를 주문했다.

결과는 곧 나타났다.

우선 로봇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로봇은 인간 배달원처럼 참을성이 없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또 길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배달이 늦을까 봐 로비까지 내려가 기다릴 일도 없다. 게다가 음식을 가지러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하는 법도 없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많은 로봇을 봐왔지만, 이 로봇이 사무실 책상에까지 점심을 배달해 주는 것을 보기 전에는, 맡은 서비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일련의 장애물을 피해 다니며 말까지 하는 로봇을 본 것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Pasadena)에 있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로봇 전문가 애런 아메스 박사는 “중국에서 배달 로봇의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스 박사는 “로봇이 인간 대신 반복적이고 어려운 일을 하는 데 있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비록 제한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간들과 함께 어울리며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그들의 시도가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로봇은 베이징의 로봇 스타트업 윤지 테크놀로지(Yunji Technology Co.)가 개발한 것으로 한 달에 650달러를 내면 대여할 수 있다. 고객 중에는 호텔, 병원, 그리고 물론 사무실 건물들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건물 중 상당수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점심 식사를 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윤지는 배달 목적지와 소비자의 손에 전달해주는 곳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최종 목적지까지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로봇을 고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있는 베이징 래플스시티(Raples City) 오피스 리테일 단지는 이 로봇 두 대를 임차해 각각 샤오(小)라이(Xiao Lai)와 샤오푸(Xiao Fu)라는 이름을 붙였다.

▲ 샤오 라이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어린이 말투의 중국어로 "제가 중앙에 있도록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면 인간 승객들은 모두 고분고분하게 구석 구석으로 피하며 자리를 비켜준다.  출처= Yunji Technology

로봇들은 무선 연결을 사용해 로비 현관문과 엘리베이터 문을 연다. 마치 키 큰 룸바(Roomba) 진공청소기처럼 보이는 이 로봇들은 건물의 오른쪽 복도로 이동해 거기에서 고객의 휴대 전화에 전화를 건다. 고객은 자신의 휴대 전화번호 마지막 4자리 숫자를 입력하면 잠금 장치가 열려 자신에게 온 점심 식사를 꺼낸다.

진짜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 로봇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다.

샤오라이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어린이 말투의 중국어로 “제가 중앙에 있도록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면 인간 승객들은 모두 고분고분하게 구석구석으로 피하며 자리를 비켜준다.

엘리베이터 승객 중 한 여성이 “몇 층에 가는 거야?”하고 묻더니 다른 승객들에게 “얘가 팔이 없으니 층 버튼을 누르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샤오라이는 마치 귀가 있는 것처럼 “여러분, 제가 마술 묘기를 부리는 것을 보세요! 엘리베이터를 20층에 세워주세요”라고 말했다. 물론 샤오라이의 층 선택은 음성이 아니라 무선으로 엘리베이터에 전달된다.

▲ 20층에 도착하니 26살의 우 단양이 이 로봇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출처= Yunji Technology

20층에 도착하니 26살의 우 단양이 이 로봇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건물의 20층에 있는 투자운영회사에 근무하는 그녀는 “로봇과 상호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점심 식사를 꺼내고 샤오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말하자 로봇은 천천히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로봇이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내장식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29세의 리루제판은 “점심시간에 바쁘게 빠른 걸음걸이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로봇은 보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라며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로봇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 로봇 하나가 고장 나자 나머지 로봇 하나가 두 몫을 하느라 로비에 점심이 쌓였다.  출처= Yunji Technology

더욱이 이 로봇들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샤오푸가 고장이 나서 샤오라이가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내느라 속도가 떨어지자, 로비의 카운터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점심이 한 가득 쌓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