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내년 봄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는 대신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는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WSJ이 보도했다.    출처= MarketWatch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이 G20에서의 양국 정상 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고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내년 봄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는 대신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는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이번 논의는 오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찬을 겸한 회담에서 최종적인 합의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몇 주 동안 양측간 실무진들의 전화로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번 협상에서는 그동안 중국이 거부해 온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 국유기업 보조금 지급, 강제적인 기술 이전 등의 문제가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가스 등의 수입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협상 과정과 비슷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휴전에 합의하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를 보류하는 대신 EU는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했었다.

결국 관세 부과 위협을 무기로 양보안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패턴이 이번에도 다시 재현되는 양상이다.

현재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추가 관세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에 대한 수입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G20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은 무역 문제를 다루는 아주 중요한 만남이 될 것"이라면서 "(회담에서) 성과를 내는데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만, 실현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회담 전 물밑 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아직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어내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수십억 달러의 돈이 국고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관세를 내고 싶지 않은 기업은 미국에서 제조하면 된다"고 썼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해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협상이 결렬되면 나머지 모든 중국산 제품(2670억 달러 상당)으로 부과 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주식 시장의 부진과 금리 상승, 이번 주 GM의 구조조정 발표 등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생각이 커졌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대중 온건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가 중국과의 합의에 부정적이어서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강경파를 대표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산업 정책이 자동차업 등의 산업에서 미국 노동자와 제조업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비판했다.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이번 출장 일정에서 배제됐다가 뒤늦게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직 강경파의 영향력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팀이 이번 회담이 총출동했다는 것은 미국이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 한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시적 휴전으로는 양측의 근본적 갈등은 해소될 수 없으며, 시 주석이 단순한 약속이 아닌 실질적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