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민진당 참패와 차이잉원 주석 사퇴

2018년 11월 24일 치러진 타이완(臺灣) 지방선거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에서 사퇴했고, 집권 후반기 급속한 레임덕 현상이 예상된다.

타이완 지방선거는 22개 현과 시의 시장을 뽑는 선거였다. 개표를 진행한 타이완 중앙선거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집권 민진당은 6개를 차지했고, 야당 국민당은 15개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년 전에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상황은 정반대이다. 당시 집권 국민당은 6개, 민진당이 13개석을 확보했다.

집권 민진당의 선거 참패 원인은 경기 침체이다. 경제 성장을 다짐했던 차이잉원 총통의 약속과 달리, 타이완 경제 사정은 최근 급속하게 악화되었다. 올해 2분기 3.3%였던 경제 성장률은 3분기에는 2.28%로 하락했다. 5분기 만에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미 민진당의 참패는 예상되었다.

지방선거 참패는 차이잉원 총통의 국정장악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020년에 치러질 차기 총통 선거에 차이잉원 총통의 출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라이칭더 역시 지방선거 참패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2020년 차기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은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타이완 지방선거가 지닌 국제정치적 가치

1972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는 미국과학진흥협회에서,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로렌즈는 기상변화를 예측하는 초기 값에서 소수점 이하를 일부 생략하자, 엄청나게 다른 기후패턴의 결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로렌조는 이런 사실을 ‘나비효과’로 소개했는데, 이후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불안정하고 불규칙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모종의 질서와 규칙성을 찾는 해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나비효과’ 이론으로 민진당 참패로 인한 향후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을까?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대로라면, 타이완 지방선거 결과는 수천 km 떨어진 중국 베이징, 미국 워싱턴 정가에 폭풍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번 타이완 지방선거는 단순히 타이완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세과정에서부터, 이번 선거는 세계 패권전쟁을 펼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선거의 승패는 타이완 내정은 물론, 양안관계, 미중 패권 전쟁의 결정적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타이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미중 양국의 이해

민진당의 참패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 중국 견제전략이 차질을 빚으리라는 것이 현재가지의 일반적 분석이다. 따라서 타이완과 우호관계로 중국을 압박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견제전략은 변경,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민진당의 참패는 중국에게 엄청난 호재로 작용한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까지 야당 국민당이 승리하면, 중국은 평화 통일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008년 국민당 소속 마잉주 총통은 평화조약 체결을 추진했었다. 그렇게 양안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1997년 홍콩 반환에 이어, 2020년 이후 타이완까지 중국 권역으로 들어가면, 중국은 강건성세(1681년 – 1796년)의 영화를 회복하게 된다. 물론 미얀마, 베트남, 네팔까지 진출한 건륭제의 치세까지 복귀하기는 힘들어도, 중국은 청나라 전성기의 영토를 대부분 복구하게 된다. 타이완의 독립과 중국 병합은 이렇게 큰 차이를 불러온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정책으로 봉착 위기를 맞았던 중국의 일대일로 역시 재추진될 수 있다. 미국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해상 루트를 봉쇄하자 동력을 잃었던 일로가 타이완을 통해 전개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이런 중국의 남하정책을 미국이 간과하지는 않겠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는 무력충돌까지도 야기될 수 있다.

 

이념의 문제 vs 시장의 문제

독립과 중국 병합 가운데, 타이완은 어떤 쪽을 선택할까? 이것은 이념의 문제일까, 안정의 문제일까?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타이완은 항상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담처럼, 중국 방어에 지친 타이완은 국제 정의를 자처하는 미국보다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 중국을 선택할까? 현재 상황으로 보면, 분단 70년을 넘기는 2020년, 타이완에 국민당이 집권하면, 중국 병합 가능성이 높다.

사실 GFP(Global Fire Power)가 인정하는 세계 군사력 3위 중국 밑에서, 타이완이 태평양 건너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서 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타이완이 병합을 선택하면, 이것은 전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정 선택의 문제로 보일 수도 있다. 한반도처럼, 타이완도 전쟁 발발 가능지역인 까닭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면, 진짜 이유는 전혀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이완이 중국 병합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이념과 안보 중에서 안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을 선택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타이완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 수출의 3.5배를 상회한다. 타이완 제1의 수출국은 중국이다.

타이완 사람들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전개된 중국의 대 홍콩 정책을 20년 이상 지켜보면서, 굳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반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G2로 부상한 중국이 유혈충돌을 벌여가면서, 타이완과 병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중국은 타이완과의 밀접한 교역관계로 이미 입증해 보이고 있다.

1992년 이래, 타이완의 중국 투자 건수는 9만 4,000건, 금액으로 1조 5,129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2011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되면서, 양안 간 경제와 무역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해졌다. 2017년, 타이완 수출 총액은 2,309억 4,000만 달러인데, 그중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의 비중은 40%로 1위를 차지했다. 2부터 4위까지인 동남아(18.3%), 미국(12%), 유럽(9.4%)을 모두 합쳐도, 홍콩과 중국 수출 총액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중국 영향권에 들어선 타이완이 계속 미국을 지향하며 정치적 독립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