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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영국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혁명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12.06  17:40:31
   

브렉시트와 남북철도 연결

2018년 11월 25일, 영국과 한국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뉴스를 각각 송출했다. 「EU·영국, 브렉시트 합의문 공식 서명, 비준절차 착수」와 「남북철도 공동조사, 美 대북 독자제재도 면제받아」였다. 두 기사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을 기해서 영국과 한국에서는 혁명적 상황이 전개될 것임에 틀림없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졌으므로, 관련 내용을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골자는 제목 그대로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것이고, 남북철도는 공동조사를 통해서 연결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기사대로라면, 영국은 조만간 EU에서 떨어져 도서국가로 전환될 것이고, 한국은 도서국가 상태를 벗어나 대륙으로 편입될 것이다.

1852년, 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이어, 루이 나폴레옹이 친위 쿠데타로 제2제정을 세운 것을 힐난하기 위한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전자를 비극으로, 후자를 희극으로 봤다.

1999년, 움베르토 에코는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한 번은 비극의 형태로, 다음에는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상이한 형태의 비극들로 계속 반복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에코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희비극이 교차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에코도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1918년 11월 25일의 영국과 조선

마르크스와 에코를 언급한 것은 2018년 11월 25일에 영국과 조선에서 벌어지는 일이 100년 전에는 다른 형태로 선행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1919년 11월 25일, 영국과 조선은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해있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종전협정을 추진했고,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점령 당했다.

1914년 7월 28일 개전된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났다. 영국은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연합국을 형성, 독일, 오스트리아 동맹국을 제압했다. 1919년 11월 25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2주일 만이었다. 당시 영국은 1919년 1월 18일부터 파리에서 개최될 종전 강화회의를 준비하며, 독일을 강력 압박했다.

1919년 11월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조선의 신한청년당 당수 여운형은 윌슨 미국 대통령 특사 찰스 크레인과 면담했다. 크레인은 “파리평화회의에서는 민족자결의 원칙에 따라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강연을 한 뒤, 여운형에게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문제를 논의할 파리 강화회의가 조선 독립운동의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여운형은 김규식을 파리 강화회의에 파견해서 윌슨 대통령에게 한국독립청원서를 전달했고, 장덕수를 조선으로 입국시켜 독립자금을 모금했으며, 이광수를 일본으로 보내 2.8 독립선언을 준비시켰고, 자신은 3.1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이것이 바로 1918년 11월 25일, 영국과 조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승전국 영국은 위세가 등등했고, 식민국 조선은 절망적이었다. 100년 전, 양국은 상반된 상황이었다.

 

1945년 8월 15일 영국과 한국

1919년 1월 18일 개최된 파리 강화회의는 5개월간 논의를 거쳐, 6월 28일 베르사이유 조약 체결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유럽의 평화는 오지 않았다. 20년 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재차 도발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무서운 기세로 프랑스와 주변 국가들을 점령했고, 영국은 1945년 4월 30일 히틀러가 자살할 때까지 연합국의 선봉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지휘해야 했다. 영국은 유럽의 중심이었다.

1919년 3월 1일, 3.1 독립운동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 조선은 문화 통치기(1919-1931)와 민족 말살 통치기(1931-1945)를 거치며, 국제사회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만주 철도의 통일화정책에 따라서 조선을 중국 대륙과 연결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조선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에서 식량과 전략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당시 조선은 아시아의 섬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은 승전국. 조선은 패전국 일본에서 독립했다. 독일을 척결한 영국은 정의,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은 불의였을까? 그렇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는 선발 제국주의, 독일과 일본은 후발 제국주의였다. 2차례 세계대전은 승전국 영국과 미국이 미화한 것일 뿐, 실상은 선발과 후발 제국주의의 패권 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사의 가장 큰 변화는 패권국 교체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25%를 각각 식민지로 점령했던 영국과 일본은 미국에게 선도국가 권좌를 내주었다. 1948년 이후, 미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세계사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 1953년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1976년 영국은 외환위기를 맞았다.

 

2045년 8월 15일 런던과 서울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은 30년 뒤에 이뤄졌다. 2차례의 세계대전은 세계사의 판도를 바꾸었다. 유럽의 맹주 영국은 승전국이었음에도 식민지를 상실했고, 아시아의 폭군 일본은 패전국이라서 식민지를 포기했다. 최종 승자는 미국이었다. 19세기 중반, 영국 경제를 앞선 미국은 100년을 기다려서 영국을 제쳤다.

그렇다면 2018년 11월 25일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서, 30년 뒤 2045년 8월 15일의 영국과 한국의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5년 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한국의 미래를 전망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과학기술 관련 상황이 아니라, 인적, 물적 교류와 관련된 관계의 문제인 까닭이다. 영국과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브렉시트로 EU에서 이탈하는 영국은 대륙국가에서 도서국가로, 남북철도 연결로 중국과 러시아 횡단철도와 연결하려는 한국은 도서국가에서 대륙국가로 전환중이다. 즉, 주변국들보다 먼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제국주의로 발전한 영국은 고립주의(isolationism)를 선택하고 있고, 쇄국주의로 도태됐던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 내전과 분단을 거친 이후 개입주의(interventionism)로 발전 중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향후 30년 뒤인 2045년 8월 15일, 영국과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영국이 제국주의 영화를 재현하며, 다시 한 번 재기할까? 한국은 식민시대의 상흔을 반복하며, 또다시 추락할까? 어느 누구도 쉽게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국은 시장이 축소되고, 한국은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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