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그저 잠잠했던 국제 파워 페스티벌이 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에 아주 강력한 외교 무대로 변했다.   출처= VO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G20이 음악 축제라면, 여러분은 그곳에 가지 못해 안달이 날까?

한때는 그저 잠잠했던 국제 파워 페스티벌이 이제는 아주 강력한 외교 무대로 변했다고 CN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저스틴 트뤼도·멕시코 거물급 인사들 – 이런 얼굴 조합들을 이 곳 말고는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

평소 해외 여행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이벤트를 48시간 동안 무려 7차례나 양자 회담을 갖는 원스톱 외교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간 만남은 아직 어젠다에 있지도 않지만, 이들이 서로 마주볼 때 어떤 몸짓을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영국 간 무역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메이 총리의 협상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만일 힘 없는 약소국이라면, 아니 메이 총리처럼 강대국일지라도, 트럼프는 위험한 동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단독으로 만났을 때에도 만나기 전부터 그녀를 깎아내리며 비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올해의 돌발 스타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될 것이다. 그가 이번G20에서 만나는 모든 지도자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들은 만나며 웃었는지, 악수를 했는지, 어떤 거래가 오가거나 새로운 협상에 서명했는지, 그들 중 누가 두 달 전 잔혹한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대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했는지, 하지 않았다면 왜 하지 않았는지, 그 모든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정상들 간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롤링 스톤즈 공연 무대 뒤에 다가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만약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겹겹이 쳐진 보안벽을 뛰어 넘으려면 유니콘이라도 타고 와야 할 것이다.

푸틴은 얼마나 크게 웃을 것인지, 빈 살만은 과연 냉대를 받고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떠나버릴 것인지, 시진핑 주석의 눈은 얼마나 깜박거릴 것인지, 그리고 (가장 관심 거리 중 하나인) 어느 지도자가 가장 트럼프의 분노를 살 것인지(아마도 메르켈과 트뤼도는 그것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시 주석은 아니길 바랄 것이다. 세계 무역에 대한 나쁜 소식으로, 그와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확대시킬 작정이라면 세계 무역에는 또 나쁜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배짱대로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이 중국 지도자는 몇 년 후를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는 평생 지도자의 자리에 있을 생각이어서, 트럼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뒤에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번 회의의 결과에 따라 콘도 세일즈맨에서 ‘매우 안정된 천재’(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지칭한 표현)로 변신한 미국 대통령이 21세기 경제 역사의 기록에 자림매김 하게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도 28일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출처= Arab News

다음 관전 대상으로, 세계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항상 새로운 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처럼 보이는 푸틴이 있다. 이번에도 그는 케르치 해협에서 우크라이나 선박을 격추함으로써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트럼프는 이번 회의에서 걱정스러울 정도로 도발적인 푸틴과의 만남을 취소했다. 이것은 그들이 군비 통제에서 중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 담당 보좌관이 제안한 중요한 문제들을 이번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은 지난 번 트럼프와의 회담을 마치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러시아가 아조프해의 키예프에 대한 주권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할 것인지 문제로 G20을 불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회의의 백미는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이다. 이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세계 무역은 크게 흔들리고 위축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2670억 달러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기존의 2000억 달러 교역에 대한 관세도 계획대로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제보좌관은 다음날 지적재산권 문제 등 ‘공정성과 상호성’에 대한 ‘확실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시지핑 주석은 무역 회담이 시작된 이후 줄곧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해 왔다.

1년 가까이 되풀이되는 이들의 싸움을 보는 것이 지겹지만, 우리 모두가 이익이 되려면 두 사람 모두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은 다소 빛이 바랬다. 백악관은 지난 주 사우디 왕세자가 언론인 살해를 명령했을 수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카슈끄지 사건에서 실제 그의 역할이 무엇이었든) 트럼프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열렬히 포옹함으로써 그를 당황케 할 것인가에 있을 뿐이다.  

이번 회의에서 빈 살만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만남도 예상되지만 카슈끄지 사건의 전모가 한 번에 밝혀질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이 만나는 사진에는 따분한 가족 사진 속에서나 볼 듯한 어색한 미소만 보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여러 지도자들과 다양한 만남을 갖지만, 어느 만남에서든 미국우선주의, 미국의 무역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다른 중요한 실질적인 의제들을 다룰 가능성을 잘라버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몇 주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지난 여름 G7 정상회의에서의 공동 성명을 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다자주의에 대한 혐오감은 이번 G20 회의를 전 세계인을 위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G20에 대한 관심도는 더 올라갔을 지 모른다.

용감한 관객은 자국의 브렉시트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환호할 수도 있다(브렉시트는 다음 G20 회의에서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세계 무대가 될 지 모른다. 달아오르고 있는 독일 정치에서 그녀의 꾸준한 행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G20에서는 볼 것이 많다. 누가 뜨고 누가 지는지,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는지. 그러니, 잠들지 마시라. 이번이 마지막 무대인 사람을 그리워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