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커지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식품업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베이비 푸드’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위한 ‘케어 푸드’, 1인 가구가 늘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삶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을 위한 ‘펫푸드’까지 다양한 타깃을 고려한 프리미엄 식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이전에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특정 타깃만을 위한 제품을 구입하는 일명 식품 ‘핀셋족’이 증가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지속 커지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타깃을 세분화하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며 식품 핀셋족을 겨냥하고 나섰다. 

베이비푸드 시장, 4년 사이 2배 이상 급성장

아기 울음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아기들을 위한 서비스는 더욱 발달하고 있다. 특히 전문적으로 먹을거리를 설계하고 배달 서비스를 강화한 베이비푸드 시장이 커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베이비푸드는 주로 5개월에서 36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식품이다. 이유식과 유아용 간식 등을 통틀어 일컫는다.

▲ 국내 분유시장 규모 추이. 출처= 통계청
▲ 국내 신생아수 추이. 출처= 통계청

베이비푸드 시장은 저출산 기조와 분유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인구 동향 기준 국내 출생아 수는 2014년 44만명에서 지난해 36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 기간 분유 시장도 4366억원에서 3926억원으로 3.5% 감소했다.

반면 베이비푸드 시장은 같은 기간 42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7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맞벌이가 늘면서 수요가 확대된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여기에 월령별로 균형 있게 설계된 제품과 배달 편의성도 호응을 얻으며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위드맘 등 분유를 위주로 유아식사업을 해온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지난 7월 영유아종합식품브랜드로 ‘아이생각’을 론칭하면서 베이비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푸드는 아이생각 이유식 제조를 위해 평택공장에 100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갖추고 유기농 쌀, 무항생제 육류, 국내산 채소 등 원재료를 최신 무균공정으로 제조한다. 5개월에서 14개월까지 유아를 대상으로 미음 같은 초기 이유식에서부터 묽은 죽, 죽, 진밥까지 단계별 영양식단을 선보인다. 온라인 ‘아이생각 몰’은 배달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단계별로 총 54종을 운영하면서 고객이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평택공장에서 다음날 바로 생산해 발송해준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이전 분유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베이비푸드 아이생각을 10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면서 “분유부터 이유식, 유제품 등 믿고 먹일 수 있는 식사류, 간식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의 자회사 순수본도 지난 6월 ‘베이비본’을 론칭하고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베이비본은 건강한 평생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철학 아래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영유아식 브랜드다. 성단 단계에 따라 식단을 달리해 200종이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 아이들 상태에 따라 식자재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배달이유식 시장을 선점한 ‘베베쿡’은 이유식의 신선도와 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급속냉각시스템인 쿡칠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베베쿡에 따르면 쿡칠 시스템은 조리된 뜨거운 음식을 냉풍으로 단기간에 온도를 4도 이하로 떨어뜨린다. 베베쿡은 지속적인 이유식 메뉴 개발에 힘써 다양함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풀무원건강생할도 ‘베이비밀’을 내놓고 있다.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원칙과 영양기준에 근거해 백일 이후 시작하는 이유기 각 단계별로 필요한 영양기준을 설계한다. 홈메이드 이유식에서 부족할 수 있는 식품 반복횟수, 월령별 보강 영양소 역시 강화했으며 카카오톡 기반의 AI 챗봇으로 24시간 메뉴와 배송일정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 각 사의 베이비푸드 제품. 출처= 각 사

100세 시대, 케어푸드 ‘총성 없는 전쟁’

100세 시대를 앞두고 먹는 즐거움과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한 ‘케어푸드(Care Food)’ 시장 선점을 위해 식품업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케어푸드란 쉽게 설명해 케어푸드로 확장한 개념으로 연화식, 치료식, 다이어트 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을 통칭한다.

▲ 케어푸드시장 규모 추이.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케어푸드가 차세대 가정간편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해외 기업과 손을 잡고 새로 진출하는 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그만큼 케어푸드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2012년 5816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1조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고령 인구가 급증해서 오는 2020년에는 2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병원·요양원 등에 환자식을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으로 확장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이 병원 급식 서비스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개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가장 먼저 B2C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 종합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한 현대그린푸드는 같은 해 10월 연화식 특화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선보였다. 일부 병원에서 제품 테스트를 거쳐 올해 8월 국내 최초 연화식 B2C 가정간편식 12종을 출시했다.

2년 전부터 연화식 제조 전담팀을 꾸려 운영해 온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춘 데 이어 내년 1분기에는 ‘사마트 푸드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생선 등을 재료로 하는 연화식 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100여종의 메뉴를 개발한 상태다.

▲ 100세 시대를 앞두고 먹는 즐거움과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한 ‘케어푸드(Care Food)’ 시장 선점을 위해 식품업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출처= 각 사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도 케어푸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말까지 케어푸드 브랜드를 론칭하고 내년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6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케어푸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CJ제일제당은 덮밥과 비빔밥 소스 5종의 개발을 끝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순히 저작(咀嚼·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 보완에 그치지 않고 나트륨과 영양 문제를 해결하면서 맛의 품질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도 최근 케어푸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영양치료 선두기업 ‘뉴트리(NUTRI)’, 소재 공급을 맡은 한국미쓰이물산과 케어푸드 개발·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전문 브랜드를 론칭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는 케어푸드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웰에이징’을 위한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한 매일유업은 고단백 음료와 바 제품에 이어 조만간 분말 제품도 내놓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영유아에 집중한 영양식 사업을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 사코페니아(근감소증)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 개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기능성을 더한 케어푸드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수십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환자, 고령자, 영유아, 다이어터 등 다양한 연령층을 중심으로 식사 대용식·메디푸드·드링크 등 케어푸드 관련 시장이 26조원 규모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최근 5년간 케어푸드 시장이 17.6% 성장했다. 영양보충식·부드러운 음식 등이 단계별로 세분화된 수준으로까지 발달했다.

외국산 점령 펫푸드 시장 국내 기업들의 ‘값비싼’ 도전장

고령화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식품이 ‘돈이 되는 분야’로 인식되면서 유통·식품 대기업들이 속속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대기업들이 차별화를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가운데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펫푸드시장 규모 추이. 출처= 농협경제연구소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이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가구당 반려동물 양육비로 월 평균 12만원 정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97만마리에 이른다. 미등록 반려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무려 150만마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관련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성장했다. 3배가 넘는 성장이다. 2020년에는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폭증세라 할 만하다.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은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다. 일반 식품 분야에서 쌓아온 탄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펫푸드 시장에서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사료에 치중한 한정된 시각의 펫푸드에서 벗어나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음식’ 개념으로 반려동물 실품으로 제조하는 추세다. 오히려 사람도 못 먹기 힘든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천연 성분 등의 차별화된 원료에서부터 반려동물용 건강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펫팸족(Pet+Family의 합성어) 사로잡기에 나섰다. CJ제일제당, 동원 F&B 등의 식품기업은 물론 서울우유, 건강 기능식품 회사인 KGC인삼공사도 두 팔 걷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PB(자체브랜드)브랜드인 ‘노브랜드’가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1988년부터 반려견 사료를 생산해 왔다. 2013년 ‘오프레시’, 2014년 ‘오네이처’를 내놓으면서 꾸준히 펫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반려동물 전용 사료의 특징은 반려동물의 연령대에 맞춰 제품을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나이에 따라 필요한 영양분을 알맞게 공급한다.

동원F&B는 30년간 고양이 습식 캔을 수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양이용 사료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출시했다.

유제품 전문 서울우유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국산 원유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 우유 ‘아이펫밀크’를 시장에 내놨다. 아이펫밀크는 체내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없는 반려동물을 고려해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락토프리 성분을 첨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선두주자다. 강아지 전용 멀티샵인 ‘몰리스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최근 PB브랜드인 ‘노브랜드’로 ‘마이프랜드푸드(마푸·Mafoo)’를 출시했다. 이는 지난 2016년부터 판매해온 노브랜드의 대용량 반려동물 사료의 판매 실적 호조에 따른 결과다. 노브랜드의 펫푸드 매출 증가율은 57.3%로 펫푸드 분야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고령화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식품이 ‘돈이 되는 분야’로 인식되면서 유통·식품 대기업들이 속속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출처= 각 사

가장 눈에 띄는 곳은 KGC인삼공사다. 홍삼 전문 브랜드라는 특징을 살려 펫푸드 산업 분야에서 차별성을 더했다. 지난 2015년부터 반려동물 전용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니펫’을 내놓고 6년근 홍삼 성분과 인삼 농축액이 포함된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건강주식으로는 유기농 사료와 홀리스틱을, 건강 보조식으로는 영양제와 건강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지니펫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GC인삼공사는 지니펫에 들어가는 성분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펫푸듯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해외 브랜드라는 높은 산이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료 수입량은 지난 2011년 3만 6309t에서 2016년 만3292t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펫푸드 전용 공장을 세우는 등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5500억원으로 추정되는 펫푸드 시장은 ‘퓨리’, 마스그룹 소속의 ‘지너’, ‘로얄캐닌’ 등의 외국 브랜드가 70%가량 점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