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10년만에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가 진행되면서 12곳의 금융사들이 인가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신탁은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신탁 받아 운용한 후 부동산을 관리·개발해 수수료를 받고 이익을 돌려주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부동산신탁사 인가와 관련 대주주 범위와 비차입 요건 등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원,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의 인적사항을 제출하도록 해 이와 관련한 자격요건은 예비인가 심사 시점이 아닌 본인가시, 예비인가를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출받아 심사를 하기로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하락하며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악성 미분양은 5.1% 늘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지방 미분양은 5만3823가구로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 차입형 토지신탁이 영향을 받는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토지수탁 후 공사비 등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신탁도 차입형 신탁보다는 덜하지만 시공사 부도 등의 사유로 기한 내에 건축물 준공을 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영향이 올 수 있다. 간접적으로 시공사의 재무 위험이 안 좋아지는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내년부터 기존 수주 사업장의 토지신탁보수 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 신규 수주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수익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며 "부동산경기 둔화,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률 증가 등 수익성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준공연도별 차입형 토지신탁보수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차입형 토지신탁보수 규모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차입형 토지신탁보수 규모가 올해 대비 27%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엔 52.8%가 줄 것으로 내다봤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이 많았던 한국자산신탁의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16억원과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와 20.6% 감소했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대손충당금 증가로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연간 대손충당금은 82억원과 125억원에 불과한 반면 3분기는 1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충당금 적립률이 상승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이익 창출력과 자본확충 속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

과거의 경험 손실율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던 것이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손실을 인식하는 기간이 더 길어져 과거의 손실과는 상관없이 예상 손실율을 고려하는 부분이 반영됐다.

윤 연구원은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최근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많이 진행해 충당금을 회계상 적립을 충분히 안 했다"며 "이런 부분이 규정이 바뀌면서 손익계산서 상에 반영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주택분양·착공물량 감소로 수주세 하락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는 좋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주세가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세가 둔화된 것은 주택분양·착공물량 감소로 인한 것으로 앞으로 신규 부동산신탁사 진입으로 보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 지방사업장은 분양 경기가 안 좋다보니 사업성이 부담되는 상황이며 수도권도 서울 남부권역으로 입주 물량이 누적이 많다는 의견이다.

한국자산신탁의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아직 다른 신탁사들의 3분기 실적이 수치상으로 악화된 상황은 아니다.

윤 연구원은 "올해까지 봤을 때 아직 전체 사이클 상 상승국면에 있긴 하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어 다른 신탁사들도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별 착공 실적 추이. 출처=국토교통부

그는 이어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작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기존 사업장의 입주가 완료되면 해당 사업장으로 인한 수익은 더 발생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업장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가 될 예정이라 그 이후부터는 추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순증 추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증가세는 하락했다. 내년엔 수탁고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착공물량의 경우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와 동행성이 높은 지표로 볼 수 있어 참고할 수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10월 주택 착공실적은 전국 3만130호로 전년 동월 3만4823호 대비 13.5% 감소했으며, 5년 평균 5만7581호 대비 47.7% 줄었다. 5월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류국현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신탁사의 고유자금이 투입되는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부동산 경기 악화시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