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 아현지사에서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해 서울 5개 구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 통신장애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로 황창규 KT 회장의 리더십까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KT 화재 완전복구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범정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KT와 LG유플러스 5G ‘다짐’...KT만 조용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는 내달 1일 5G 첫 전파 송출이다. 5G가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않으며 커버리지도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핸드오버가 가능한 5G 전파를 쐈다는 것 자체에는 큰 의미가 있다.

5G 첫 전파를 송출하기 전인 29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9일 보도자료 형식으로 자사의 5G 전략을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대동맥이며, AI는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 솔루션을 찾아내는 두뇌”라며 “SK텔레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이어 “5G와 AI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초연결 · 초융합 시대를 촉발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오프라인에 머물렀던 모든 사물을 정밀하고 빠르게 연결해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과 가치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마지막으로 “양자암호통신, AI 네트워크 등 인프라의 보안과 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5G 상용화와 동시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청사진도 나왔다. SK텔레콤은 내달 1일 자정부터 서울, 수도권 및 6대 광역시 중심지 등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한다. 5G 서비스 지역은 순차적으로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5G 상용 서비스는 제조업 분야의 기업 고객에게 먼저 제공된다. 내달 1일 탄생할 SK텔레콤 5G AI 융합 서비스 국내 1호 고객은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명화공업’으로 정해졌다.

LG유플러스도 5G 전략을 공개했다. 하현회 부회장은 28일 임원인사 후 “5G는 우리 회사의 10년 성장 동력”이라면서 “5G는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 사회다. 개인을 둘러싼 네트워크는 훨씬 더 촘촘해져 인프라 혁명은 시작됐다. LG유플러스가 초연결 사회의 주역이 되자”고 강조했다.

3위에 머물러 있는 LG유플러스 이동통신 시장 순위를 5G를 기점으로 점프업시키는 한편, 이를 10년 회사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하 부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많은 고민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전사 모든 조직들이 하나의 팀워크를 이뤄 5G 시장을 이끌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현재 준비하고 있는 압도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자”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5G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편, 내년 3월 이후 스마트폰 5G 시대도 연다는 각오다. B2B 분야에서는 중장비 및 농기계 원격제어, 클라우드VR, 스마트 드론, 지능형 CCTV, 자율주행 지도,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에서 5G 서비스를 지속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내달 1일 5G 전파 송출 국면에 맞춰 데이터 전용 라우터(삼성 5G 모바일 핫스팟)와 ‘5G 휴대용 와이파이’ 요금제를 출시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 마곡 사옥에 5G 오픈랩을 구축하여 스타트업, 중소 벤처기업 들이 LG유플러스 5G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서비스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조기 구축을 위해 하루 평균 400여명 이상의 네트워크 전문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이른 10월부터 5G 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했다. 경기지역 11개 도시에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많은 4100개의 5G 기지국 구축을 완료했으며 오는 12월말까지 5G 기지국 7000개 이상을 구축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 시대를 맞이해 전열을 다지는 시간, KT는 아현지사 화재에 대한 추가 피해보상안을 발표했다. KT는 피해를 입은 인터넷 이용고객에게는 총 3개월 요금 감면을, 일반전화(PSTN) 이용고객에게는 총 6개월 이용요금 감면을 약속했다. 소상공인 헬프데스크’를 확장 운영하며 모바일 라우터도 28일 기준 477명의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아현지사 화재를 두고 KT의 5G 경쟁력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KT는 “오래전부터 5G를 준비했고, 당연히 내달 1일 5G 첫 전파 송출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다만 KT 아현지사 사고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그렸고, 이런 상황에서 5G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보상안을 말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29일 공지된 내용이 있지만 5G 이야기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KT의 5G 로드맵은 굳건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는 당초 내달 1일 5G 전파 송출을 앞두고 5G 간담회를 열어 새로운 청사진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KT가 아현지사 화재로 기자회견을 취소한 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업계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예정됐던 회견을 취소했다.

논란 커진다...KT 대응 ‘눈길’

KT 아현지사 화재는 KT의 민영화 정국에서 불거진 경영 효율화 로드맵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현장을 수습할 수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 외주업체 직원들이라는 사실도 알려졌으며, KT가 부동산 등 부수 사업에 집중하며 네트워크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황창규 KT 회장 리더십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KT가 중요통신시설 현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9일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부실하게 거짓으로 신고한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신설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아현지사는 최근 KT가 국사효율화 측면에서 인근의 회선을 연결하며 시설이 집적된 만큼 ‘C급’ 이상으로 관리되었어야 하나, KT가 이러한 변경상황을 과기정통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KT는 “정확한 사항을 파악해야 알겠지만, 현 상황에서 KT가 중요통신시설 등급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