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은 금이나 은처럼 어떤 거래소에서도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생산자들과의 협상에서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다.   출처= MINING.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금속 업계에서 ‘새로운 석유’(new oil)라고 불리는 리튬의 수요가 뜨겁게 달아오름에 따라, 그 동안 베일에 가려왔던 이 배터리 금속 시장에 투명성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이 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전기 자동차·스마트폰·노트북 같은 장치에 동력을 공급하는 충전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리튬 시장에 효율성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금속의 정제 과정의 복잡한 특성 때문에 그러한 노력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제조업체, 배터리 회사, 스마트폰 및 랩톱 제조회사들은, 세계최대 리튬 채광 업체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있는 앨버말(Albemarle Corp.)이나 2위 회사인 칠레의 SQM(Sociedad Quimica y Minera de Chile SA) 같은 회사들로부터 리튬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애플, 삼성전자,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튬 사용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리튬의 수요 급증은 리튬 가격에 투명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촉발시켰다. 런던의 광물 및 금속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와, 이전에 메탈 불레틴(Metal Bulletin)이라고 알려진 글로벌 금속정보 제공업체 패스트마켓(Fastmarkets) 같은 몇몇 원자재 가격 추적 회사들은, 이 초경량 금속 리튬의 가격을 추적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S&P 글로벌 프래츠(S&P Global Platts)도 올해 초부터 리튬 가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시장 감시자들에 따르면, 리튬은 금이나 은처럼 어떤 거래소에서도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생산자들과의 협상에서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다. 불투명한 시장에서는 생산자들만이, 예상치 못했던 광산 가동 중단이나 갑작스러운 수요 급감 같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 역학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칠레나 호주 같은 나라에서 소수의 대형 공급업자들이 광산을 독점하는 리튬의 경우 더 심하다.

뉴욕의 원자재 컨설턴트 회사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House Mountain Partners)의 창업자인 크리스 베리는 “대형 리튬 채굴업체들은 말로는 ‘투명성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그들은 그들과 최종 사용자들 사이에 가격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알베말의 대변인은 언급을 회피했지만, SQM의 대변인은 회사가 리튬 가격 투명성에 반대한다는 생각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런던의 원자재 가격 추적 회사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에 따르면, 금년에 리튬 수요는 감소했지만, 최대 수요처인 전기 자동차 생산이 향후 10년 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리튬 가격은 지난 10월에 2016년 초보다 거의 100%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는 2025년까지 전세계 리튬 생산량은 2018년의 두 배 이상 수준인 70만 메트릭톤까지 증가할 것이며, 현재 전체 공급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의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리튬 가격은 올들어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지난 10월 리튬 가격은 2016년 초보다 거의 100% 상승한 가격이다.  출처= tradingeconomics

리튬의 가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런던 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 LME)는 2020년에 리튬을 거래 계약 상품으로 등록시킬 계획이다. 런던 금속거래소는 현재 거래 계약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내년에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미국 상품 거래소도 리튬 거래를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의 이런 움직임은 리튬 가격의 투명성에 큰 진전을 나타낼 것이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와 패스트마켓 등 원자재 가격 추적 회사들의 정기적인 가격 보고는, 거래소들이 따라야 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 규율을 따를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헤제펀드들은 한 상품의 거래 가격이 통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그 상품에 투자하거나 등을 돌릴 수 있다.

런던 금속거래소 시장개발팀의 오스카 위트제는, 거래소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그런 거래 계약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이 필요한 소규모 리튬 채굴 회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기존의 대형 생산자들에 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들에게도 위험회피를 통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거나, 리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자금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리튬 생산의 미묘한 차이를 포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소위 배터리 등급 리튬(battery-grade lithium)은, 일반적으로 리튬 순도가 최소 99.5% 이상이어야 하는 고도로 정제된 제품이기 때문에 그 화학적 성분이 어디서 채굴한 리튬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세계 최대 매장지인 칠레에서 생산된 리튬과 호주에서 생산된 리튬과 다르다는 것이다.

리튬과 그 외 배터리 원료에 대한 전문 자문회사 RK 이쿼티(RK Equity)의 창업자인 하워드 클라인은 "리튬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리튬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아 투기꾼들이 얼마든지 가격을 올려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리튬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런던 금속거래소의 위트제는 “만일 가격이 시장의 기본 원칙과 너무 단절되면, 즉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면, 생산자들을 위시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을 다시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을 공시하는, 런던의 에너지 및 원자재 상품 가격 추적 기관 아르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배터리 원자재 전문가 앨리슨 트란은 "거래소에서 밀이 거래되기 전의 시절을 생각해 보라"며 "모든 농민들도 자신만의 밀을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원자재 거래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 거래소에서 가격이 잘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