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흡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기업과 정부기관의 서로 다른 의미 해석이 이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며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작성한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결과> 보고서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타르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어 유해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낸 것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지난 6월 7일 국내 담배제조 3사인 KT&G(릴), 한국필립모리스(아이코스), BAT코리아(글로) 디바이스를 활용한 각 사 전용 담배 흡연시 배출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각 담배에서 인체에 가장 유해한 성분인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해 WHO(세계보건기구)가 저감화를 권고한 9개 유해성분까지 총 11가지 성분의 배출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니코틴은 세 제품 모두 1개비당 배출 함량이 0.01~0.5mg인 일반담배 범주 내에 있는 것(글로(0.1), 릴(0.3), 아이코스(0.5))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타르의 경우는 1개비당 배출 함량이 1.0~8.0mg인 일반담배 범주 내에 있는 제품은 글로(4.8) 한 가지로 릴(9.1)과 아이코스(9.3)는 모두 일반 담배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월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보고서.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여기에 대한 소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면서 “WHO 등 외국 기관의 연구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직후 수많은 매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많이 배출된다’는 내용을 앞다투어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같이 궐련에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타르 함유량의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연구방법이며 배출되는 물질의 정확한 구성성분과 유해물질 양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 대비 다른 유해성분 배출량이 낮은 것으로 식약처가 확인했음에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잠재적 유해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우며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궐련담배의 유해성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과학연구 최고책임자 마누엘 피취 박사. 출처= 한국필립모리스

이후 지난 10월 1일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를 상대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 의 발표 근거가 된 분석방법과 실험 데이터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소송과 함께 한국필립모리스는 ‘타르의 진실’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식약처의 연구 결과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소송 대응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 논란은 27일 보도된 연합뉴스의 ‘가열되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日학자 “타르 대부분 무해성분”이라는 기사에 대해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보건복지부는 “뉴질랜드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은 제8차 당사국 총회(2018년 10월)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궐련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하며 제품들이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고 판촉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결정문을 채택했다”라면서 식약처의 연구 결과와 같은 의견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기에 식약처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한국필립모리스가 제기한 연구과정 정보공개 요구 소송에 대해 의견서를 내고 법률대리인 사무소를 선정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식약처 측은 필립모리스가 행정심판 청구 등 소송 제기 외에 취할 수 있는 절차들을 생략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와 한국필립모리스의 공방에 보건복지부까지 나서면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필립모리스 외에 다른 담배 제조업체들의 대응이다. KT&G와 BAT코리아는 일련의 공방에 대한 의견 표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KT&G는 지난 26일 열린 신제품 ‘릴 하이브리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일련의 논쟁에 대해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그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가 어렵다”라면서 “확실한 것은 우리는 국제 규격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있다”라고만 간단한 의견을 밝혔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의견은 일관적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궐련담배보다 확실히 낮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라고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논쟁의 특별한 전환점이 없다면 이 문제는 법원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를 두고 한국필립모리스는 결국 정부 기관과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 논리를 넘어 이제는 정부와 기업의 ‘자존심 대결’로도 확대해석 되고 있는 이 뜨거운 논쟁의 결론은 과연 어떻게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