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로는 1980년대 외국인 특별거리로 지정돼 심야영업 금지(밤 12시~4시)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태원로는 유일하게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춤을 출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의 한강진역 초입에서 해밀턴호텔까지 길 양옆으로 낮보다 밤이 화려한 거리가 됐다. 이태원로는 현진영, 양현석 등 당대 춤으로 유명한 댄서들이 드나들던 ‘디스코텍 거리’로 유명세를 탔다. 이곳은 심야영업 금지가 없어지면서 조용한 외국인 중심의 상권,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변화해 갔다.

그러나 최근 한강진역에서부터 이태원로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장이 진출하면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꼼데가르송 매장이 처음 오픈하면서 서민형 매장들은 빠져 나가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고급 패션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매우기 시작했다. 패션거리의 첫 단초를 제공한 꼼데가르송 매장 이름을 본 따 ‘꼼데가르송길’이 만들어졌다.

이후 경쟁업체들도 꼼데가르송길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다른 분야의 매장들도 한남동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직접 조성한 한남동 꼼데길 상권은 청담동 명품거리나 신사동의 가로수길에 견줄 만큼 급속히 성장했다.

사실 이태원은 북쪽은 ‘삼성타운’, 남쪽은 ‘현대가’ 이 밖에도 SPC, 동서식품, 한국야쿠르트, 유명인들의 부동산 각축장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삼성물산이 진출한 이후로 한남동의 부동산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임대료는 2014년 기준 5000만원가량인 평당 임대료는 현재 1억원을 넘어서며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조성된 패션·문화예술거리 상권, 변화된 부동산 지형도, 한남동의 상권분석과 전망을 <이코노믹리뷰>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 방면으로 100m쯤 걸어가면 ‘꼼데가르송길(이하 꼼데길)’의 초입이면서 이 거리의 이름을 붙여준 계기가 된 ‘꼼데가르송 매장’이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0년 꼼데가르송 매장을 시작으로 이태원로를 따라 준지, 띠어리 외에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와 남성 프리미엄 편집숍인 ‘란스미어’를 오픈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진출하기 이전의 한남동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는 부자들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꼼데길이 형성된 이후에는 패션을 넘어 식음료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성지(聖地)’로 급부상해 뭘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독특한 매장 구조, 문화·예술까지 아우르는 매장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0년 꼼데가르송 매장을 시작으로 이태원로를 따라 준지, 띠어리 외에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와 남성 프리미엄 편집숍인 ‘란스미어’를 열며 일명 '꼼데가르송길'을 조성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한강진역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남성 편집숍 ‘란스미어’다. 지난해 10월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청담동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두 번째다.

전체 430㎡(약 130평) 규모로 2개층에 세계 유수 브랜드의 아이템들로 구성했다. 슈케어(Shoe Care),–바버숍(Barbershop),–플로리스트(Florist)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남성들이 언제든지 란스미어에 방문해 차별화되고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둘러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한편, 특별한 날에 꽃을 선물할 수 있도록 플로리스트의 꽃 추천 및 배달 서비스를 매장 안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란스미어의 맞춤 서비스와 개인별 스타일링을 경험하는 스페셜 VIP 룸에서는 클래식의 기본인 턱시도, 모닝코트, 테일 코트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우아한 액세서리와 미국 프리미엄 빈티지 안경 브랜드 ‘레트로 스펙스(Retro Specs)’ 등의 컬렉션이 갖춰져 있다.

또 란스미어의 슈즈 컬렉션이 진열된 ‘슈즈 룸(Shoes Room)’에선 ‘슈 사이닝(구두닦이) 서비스’가 제공된다. 란스미어의 기원이 되는 ‘비스포크 룸(Bespoke Room)’에선 란스미어만의 시즌 번치를 포함해 세계 각지의 명성 높은 소재 번치(Bunch)복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캐주얼 룸(Casual Room)’과 ‘캐주얼 & 스포츠 룸(Casual & Sports Room)’에선, 이 시대 젠틀맨들을 위한 모던 스포티브 룩과 함께 골프 라인을 선보인다. 더불어 ‘플라워 스테이션 (Flower Station)’을 만들어 개인 일정에 맞춘 플라워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매장 한쪽에는 40평 규모의 남성복 역사를 볼 수 있는 패션 아카이브를 마련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성복의 변천사를 통해 남성복의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특별 공간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 한강진역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남성 편집숍 ‘란스미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도 올해 9월 한남동에 컨테이너 팝업스토어를 열고 여성 컬렉션 론칭과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준지는 한남동 팝업 스토어에서 2017 FW(가을·겨울) 파리 컬렉션을 통해 처음 선보인 이래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공개했던 여성 컬렉션의 트렌치코트, MA1, 점퍼 등 100여개 아이템을 선보였다.

준지는 한남 팝업 스토어 프로젝트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협업 컬렉션도 선보였다. 준지는 한남 팝업 스토어로 영국의 정통 스포츠 브랜드인 엄브로(UMBRO)와 협업으로 탄생한 캡슐 컬렉션으로 드릴탑, 맨투맨 등 의류와 용품을 포함해 30개 스타일을 제작했다.

팝업스토어는 준지를 대표하는 컬러인 블랙과 18FW 시즌 준지의 시그니처 컬러인 네온(Neon) 컬러로 구성되며, 최근 세계 스트리트 패션에서 주목받고 있는 네온사인 아티스트 윤여준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워크가 매장에 전시되어 관심을 더했다.

▲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도 올해 9월 한남동에 컨테이너 팝업스토어를 열고 여성 컬렉션 론칭과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2012년 10월 문을 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컨템포러리 편집숍 비이커(BEAKER)의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업사이클링’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비이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들과 협력하여 버려진 고가구, 물탱크, 침대 매트리스 등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선보여 마치 가구 박물관이나 미술품 전시회를 연상케 한다.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유럽, 일본의 패션브랜드는 물론 코스메틱, 향수, 문구용품 등을 선보인다.

▲ 2012년 10월 문을 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컨템포러리 편집숍 비이커(BEAKER)의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업사이클링’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예술이 숨 쉬는 거리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모던하고 노멀한 브랜드 정체성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기 위해 지난 8월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띠어리는 트렌디하고 젊은 이미지가 강한 한남동에 새로운 잇(It) 플레이스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고객들과의 다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품 체험 기회를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의 일환이다.

띠어리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743㎡(약 225평) 규모로 패션과 음악, 카페까지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뉴욕 띠어리 본사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외부 파사드는 촉망받는 건축가인 ‘사무소 효자동’의 서승모 소장이 담당했다. 특히 띠어리는 외부 파사드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더불어 한남동의 분위기와 주변 경관까지 고려해 스타일리시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완성해 건물 외관에서부터 예술성을 더했다.

지상 1층은 한남동 특성에 맞게 트랜디한 남녀 캐주얼, 데님뿐 아니라 특유의 모던하고 시크한 스타일에 젊은 감성을 담은 ‘띠어리 2.0’ 라인을 선보인다. 공간상의 제약으로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컬렉션과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하 1층은 남녀 정장, 슈즈, 가방 등의 컬렉션은 물론 고객 라운지를 별도로 구성했다.

2층과 3층은 아이리버가 운영하는 ‘스트라디움’이라는 1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고 클래식, 재즈 등 고급스러운 음악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띠어리는 아이리버와 협업해 영화·음악 공연뿐 아니라 전문가의 강연·멘토링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4층은 스티븐 스미스의 팝업 카페를 운영하며, 아이리버의 전문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 앤컨(Astell&Kern) 청음이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해 패션과 음악이 공존하는 트렌디한 공간을 마련했다.

▲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모던하고 노멀한 브랜드 정체성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기 위해 지난 8월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독특한 매장 구조

구호는 의류를 넘어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컨템포러리하게 재해석된 미니멀리즘의 브랜드 정체성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구호는 지난해 10월 ‘집’이라는 콘셉트로 한남동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층 628㎡(19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구호는 ‘Well-Balanced, Quality-Based’라는 철학을 토대로 공간(Space)과 컬러(Color), 머티어리얼(Material)의 조합으로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구현했다. 지하 1층은 고급스러운 구호의 집을 콘셉트로 드레스룸, 파우더룸, 다이닝룸으로 공간을 구분해 구호의 전체 컬렉션 상품을 비롯해 각 공간에 어우러지는 테이블 웨어, 리빙, 뷰티 상품들로 구성했다.

지상 1층은 젊은 감성의 스튜디오 콘셉트로 구호의 액세서리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대의 영&컨템포러리 라인 상품을 준비했다. 2층은 미니멀한 쇼룸(Showroom)으로 전시뿐 아니라 필라테스 등 고객 클래스 및 각종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구호는 시즌마다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와 협업해 젊은 고객을 위한 가성비 높은 익스클루시브 라인 ‘아티산(ARTISAN)’을 선보이는 한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아티스트의 전시를 선보여왔다.

▲ 구호는 지난해 10월 ‘집’이라는 콘셉트로 한남동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층 628㎡(19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한남동에 첫 번째로 자리 잡으며 근방을 ‘꼼데길’로 만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꼼데가르송 매장은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준야 와타나베, 트리콧 라인 등 14개 꼼데가르송 전 라인이 모두 입점해 패션 피플이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정평이 나 있다.

꼼데가르송 한남점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793㎡(240평) 규모다. 지난해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이후 기존 꼼데가르송 14개 브랜드 이외에 NIKE LAB, ADIDAS, CONVERSE, VANS, GOSHA, PALACE, GOOD DESIGN SHOP 등 추가 라인 입점으로 총 31개 브랜드로 대폭 확대했다.

꼼데가르송과 자회사인 도버스트리트 마켓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컬렉션 라인 확대는 물론 스트리트 브랜드, 컨버스 및 티셔츠 브랜드 등 20여개의 신규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매장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젊은 신규 고객들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나이키랩(Nike Lab) 익스클루시브 라인(Exclusive Line) 등 꼼데가르송 한남 플래그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오프라인 단독 전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 한남동에 첫 번째로 자리 잡으며 근방을 ‘꼼데길’로 만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꼼데가르송 매장은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가 론칭하는 브랜드들이 독립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다 보니 한남동에 이전에 없는 패션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지긴 했다”면서 “너무 상업화된 느낌의 매장이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패션, 문화, 예술, 식음료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재밌는 매장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2010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장들이 들어오면서 패션상권이라는 상권이 새로이 생기면서 경쟁업체 뿐 아니라 식음료, 문화예술 기업들도 많이 들어왔다”면서 “다만 삼성물산의 진출 전과 후로 임대료는 대략 평균 20% 올라 이전에 자리를 지켜온 소규모 매장들은 떠나고 대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