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추수감사절 연휴, 모처럼 여유롭게 TV를 이리저리 틀다 보니 어디서 들은 듯한 음악과 함께 익숙한 제목의 드라마를 보게 됐다.

추억의 드라마 <맥가이버>(MacGyver)였는데 제목과 달리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얼굴인 최신 작품이었다.

<맥가이버>는 미국 ABC방송국에서 만들어 1985년 9월부터 1992년 4월까지 방영된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수입돼 1986년 11월부터 1992년 8월까지 방영된 바 있다.

일반적인 첩보액션물과 달리 맥가이버는 총이나 칼 등의 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화학이나 물리학 등의 과학지식을 활용해서 기발한 방식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이 독특했다.

<맥가이버>는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어찌나 인기가 좋았는지 주인공이 했던 머리가 위로 삐죽삐죽 솟은 헤어스타일은 맥가이버 머리라고 불리고, 무엇이든지 척척 손으로 해내는 사람은 ‘맥가이버’로 불리는 등 거의 일반명사가 됐다.

한국에서 방영이 끝난 지 25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TV나 신문에서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을 맥가이버로 지칭하며, 맥가이버가 자주 사용했던 스위스 빅토리녹스사의 칼은 맥가이버칼로 통칭된다.

이미지투데이

새로운 <맥가이버> 드라마는 2016년부터 시작된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인기 있었던 TV드라마가 재등장한 것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던 <길모어 걸스>는 2017년 <길모어 걸스:한 해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같은 이야기를 수년이 지난 후 다른 배우들이 맡아서 연기하는 리부트(Reboot)와 달리 길모어 걸스의 경우 같은 배우들이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리바이벌(Revival) 형식이다.

이 드라마는 과거 인기를 보여주기나 하듯이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24시간 안에 모든 방영물을 시청한 프로그램으로도 꼽혔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리바이벌 작품들이 미국에서는 최근 크게 늘어났는데 <길모어 걸스>를 비롯해서 <머피 브라운>, <윌 앤 그레이스> 등이 그동안 지나간 세월을 반영한 등장인물들과 함께 다시 TV에 등장했다.

<머피 브라운>(Murphy Brown)은 저널리스트인 주인공 머피 브라운과 그의 TV네트워크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으로 1988년부터 1998년까지 방영됐다.

무려 20년이나 지난 후 과거의 캐릭터들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변화된 모습들을 뉴스로 다루면서 새로운 드라마로 변신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던 <윌 앤 그레이스>(Will&Grace)도 2017년 다시 시청자 앞으로 돌아왔다.

뉴욕에 사는 친구들인 그레이스와 윌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시트콤으로,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Emmy Award)을 무려 16번이나 수상했으며 2006년 마지막 방송은 동시 시청자 숫자가 1800만명이나 됐다.

본방송 당시 30대의 젊은이였던 주인공들은 리바이벌 방송에서는 50대를 앞두고 노후를 걱정하고 늘어난 주름살과 뱃살 등을 걱정하는 중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리메이크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 당시에 흥행했던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미 인증된 작품이라는 장점과, 널리 알려진 작품의 이름 때문에 쉽게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미국의 경우 특히 한국에 비해서 TV방송국과 케이블 TV,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기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의 이름은 한 걸음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은 문제점도 있는데, 과거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거나 등장인물이 변했다고 느끼면 과거의 애청자들이 금방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리바이벌됐던 TV드라마 <로잔느>는 중서부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주인공인 로잔느 역의 배우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서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조기에 종료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