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준비제도는 기업 부채, 모기지 리파이낸싱, 초저 실업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출처= BusinessLIV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경제 성장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서서히 회복해온 미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후 경기 하강을 촉발할 거품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위기 때처럼 주택시장일까, 턱 밑까지 차오른 기업 부채일까, 아니면 아직 경제 전문가들도 발견하지 못한 다른 곳일까.

기업 설비 투자에서부터 제조업 심리(Manufacturing Sentiment), 주택 건설에 이르기까지 일부 지표들은 이미 경제가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냉각기냐 아니면 더 가파른 하락의 시작이냐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이 11월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하락 국면에 진입할 때까지는 침체를 확실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하면서도, 무역 전쟁에서부터 진짜 군사 전쟁, 사이버 보안 붕괴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경제를 하강길로 밀기 시작하면 위기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금융 안정성에 관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인데, 어쩌면 이 보고서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다. CNN이 연방준비제도가 이미 적신호로 예의 주시하고 있는 3가지 징후를 상세 보도했다.

1. 위험 수위에 도달한 기업 부채

역사적으로 볼 때, 기업의 부채가 고조에 달하면 불경기가 이어졌다. 2018년 1분기에 미국 기업들은 총 29조600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금액이다.

지난 10년 동안 연준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기 때문에, 부채 비용은 사실상 무료였다. 기업들은 이 돈을 사용해 장비와 연구에도 투자했지만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거나 자사주를 다시 사들이는 데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것은 돈을 빌리는 비용이 더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부채 증가는 미상환 부채의 규모 증가뿐 아니라 질적인 취약성도 드러냈다. 씨티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발행된 새로운 부채 중 1조6000억달러가 신용도 낮은(Less-Than-Stellar Ratings) 대출자들에게 발행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해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 2018년에도 그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s)은 대개 변동 금리여서,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 기업 차입자들은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경제적 충격이 가해지면 파산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이 바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나 IMF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업 대출의 증가를 지난 금융 위기 때의 부실 주택담보대출과 비유하면서 경종을 울리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미국 재무부 금융 연구소를 이끌었던 리차드 버너는 “규제 당국은 이 같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 주택·학자금·자동차 대출 ‘감당할 수 없는 최고 수준’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은행들은 주택 대출에 극도로 신중해졌다. 신용도가 높은(Credit-Worthy) 대출자들조차 대출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그 기준이 다소 완화되면서 또 너무 지나치게 완화된 것은 아닌지 확실치 않다.

한 가지 우려되는 지표는 주택 시장의 약 22%를 차지하는, 연방 주택청(FHA)이 보험에 가입한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Debt-To-Income Ratio) 평균치는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 수치가 이처럼 높아진 이유는, 한정된 주택 재고(매물)로 일반적으로 집값이 훨씬 비싸진 반면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워싱턴의 싱크 탱크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의 연구원이자 FHA 청장을 지낸 에드 골딩은 “임차 비용이 올라 소득이 임차비로 거의 다 나가는 경우라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올라도 집을 소유하는 것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출자들이 건전한 재정 기반에 있는 한 이것은 반드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출 기관들은 신청자들이 충분한 담보물과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 위기의 뼈저린 교훈으로) 지금까지 이러한 펀더멘탈은 강해 보였다. 채무 불이행 비율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어 왔다.

자산관리회사 디지털 리스크(Digital Risk)에서 모기지 모니터링 및 규정 준수 감시를 맡고 있는 레오 루미 부사장은 “2006년과 2007년 대출 기관의 요구 조건은 냅킨에 써서 신청서를 제출해도 담보 대출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허술했다”며 “지금은 당시에 없었던 많은 데이터 통제 수단이 있어 더 이상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HA의 연례 보고서를 보면, 주택 소유자들이 부동산 가치의 변동을 이용해 돈을 차용할 수 있는 이른바 현금 인출 리파이낸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함으로써 빨간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FHA는 또 주택 구입 계약금 지원 프로그램의 확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것이 최근의 연체율 증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가구들의 부채는 주택 관련 부채만이 아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대출을 포함한 총 신용 대출이 금융 위기 전 최고 수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도시연구소의 에드 골딩은 “미국 일반 국민들의 자산 대비 차입 비율이 생각보다 훨씬 더 높다”고 지적했다.

3. 비정상적으로 낮은 실업률, 경제오류를 만들어낸다

지난 10월 미국 실업률이 3.7%까지 내려가면서 거의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좋은 일이다. 실업률이 내려가고 고용 시장이 경색되면서 마침내 지지부진했던 임금 인상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애인이나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최상의 상태인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해고 사태마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사가 교훈이라면, 현재의 실업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자연 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노동자들이 이곳저곳 일자리를 옮겨 다님으로 인해 발생하는 잠정적 실업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연준은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반응한다. 이를 공학적으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을 시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는 그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밟히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HIS 마킷(IHS Markit)의 보고서는 “단순한 현실은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즉각적인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실업률이 약간 상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적절하게 규제 정책(재정 및 통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정부의 지나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방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놀라서는 안 된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회장은 11월 27일,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하면 모처럼 맞은 경제 성장 시기를 불필요하게 단축시킬 수 있고,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느리면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이를 완화시키는 데 많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