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민
한국생산성본부 브랜드경영센터장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마케팅 전공(경영학 석사, 2000년 졸업)
·세계일류상품 선정 및 홍보사업 책임(2009~현재)
·행정안전부 [지방브랜드 세계화] 위원 (2011~2013)
·평창군, 신안군, 임실군 신활력사업마케팅 위원 (2007~2011)

매년 이맘때면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최동규) 직원들은 외부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눈 코 뜰 새 없다. 세계일류상품 선정 작업에 대한 결과를 알고 싶어 하는 중소기업체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는 2001년부터 우리 기업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면서 세계 수준에 이르는 제품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마다 연말에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하고 있다. 그 동안 해당 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제품을 심사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이뤄낸 기술 수준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10년 전 우리나라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메모리 반도체와 TFT-LCD 등 120여개에 불과했던 게 이제는 553개 품목으로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것이 뚜렷이 보인다.

원래 이 사업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수준에 근접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었으니 이미 목표는 성취한 셈이다. 생산성본부는 ‘세계일류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선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위 이내에 들어야 하고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인 제품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5위 안에 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제품과 기업은 해외 전문 전시회 개별참가 지원 대상이 되며, ‘세계일류 한국상품전’ 개최 등의 국내외 홍보를 직접 지원 받는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대상 기업이 해당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할 때 가점을 받고, 조달청이 물품구매 업체를 선정할 때는 이들 우수 기업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점을 주거나,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병역지정업체 선정 때도 가점을 부여 받고, 상품 자체에는 ‘세계일류상품’ 로고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세계일류상품’은 우리나라가 자신있게 세계인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 가운데는 라면이나 고기양념장, 야채주스, 홍초 등 이미 익숙한 식품류부터 데이터베이스 보안 소프트웨어나 스마트카드 등 IT제품도 있다. 한 사회를 대표하는 제품은 대부분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용과 외모, 건강에 유난스러운 관심을 보이는 사회현상 때문인지 최근에는 실리콘겔 인공유방이나 자외선 살균 알레르기 클리너, 이비인후과용 의료영상장치 등 미용과 의료 관련 상품들도 적지 않은 기술 발전을 이루는 것이 느껴진다.

전자제품의 소형화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기술이 집약된 초박판 정면기도 눈에 띄는 제품이다. 과거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로서 OEM 생산에 치중하던 우리 중소기업이 이뤄낸 기술적 진보가 눈부시다.

수출 품목의 다양화와 고급화, 그리고 미래 수출동력 확충을 위해 10여 년간 진행한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의 다음 목표는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제품뿐 아니라 기업의 이름까지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제품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아내고, 놀라운 기술력을 드러내며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대한민국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될지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온갖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은 생산성 본부 직원들에게는 고되지만 가슴 뿌듯한 일이다.

우리가 하는 작업이 즐거운 일이 된 것은 전적으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 덕분이다. 생산성 본부가 이들 제품에 부여하는 ‘세계일류상품’ 로고는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에 바치는 감사 표시이기도 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