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자회사별 결합가중치(2015~2017년 평균)[출처:한국기업평가]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자산매각·지배구조개편으로 체질개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가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등급 전망도 ‘긍정적’을 부여받은 만큼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 불황 지속과 연말을 앞두고 채권 수요가 줄어드는 등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 기관투자자들이 과도한 배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흥행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9일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렌치(tranch)는 2년물(800억원), 3년물(1200억원)로 구성됐다. 금리밴드는 민평금리 대비 각각 –30bp~1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가 공동으로 담당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2월 150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이후 공모시장 복귀는 요원했다. 조선사가 모태인 그룹 사업 구조상 조선업 불황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프리 IPO,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재무구조개선에 힘을 보탰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순차입금은 2016년말 9조3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6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한편, 2017년 4월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을 4개사(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로 개편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전신이다. 체질을 개선하면서 공모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자체적으로 로봇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기여도가 낮다. 자회사의 실적과 재무 구조 등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는 크게 현대오일뱅크와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로 나뉜다. 실적 기준 현대오일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2018년 평균 46%, 조선3사 합산 기준 42%다. 정유·화학 부문 호조에 힘입어 신용도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중공업지주(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정유·화학 부문 호조는 물론 계열사간 상호 연대보증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부담해야 하는 연대보증채무는 기업분할 직후 5조2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실질현금창출력이 연간 3000억원 내외인 현대오일뱅크로부터의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 순차입금 2조4000억원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2018년 12월 예정) [출처:한국기업평가]

또 다른 주요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은 자기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연대보증채무 부담이 크다. 다만, 이들 기업은 지분율·총자산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는 기대요인이다.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PO에 대한 기대치만으로 이번 공모채 흥행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결정적 문제는 여전히 현대중공업이다. 정유·화학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업황의 장기 침체로 현금흐름 창출능력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변경된 것은 호재”라면서도 “여전히 현대중공업 등에 대한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황이 바닥이라는 의견도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업황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며 “연말 채권수요 감소, 업황 눈치 보기로 기관들이 과도한 배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