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참 잘 나갈 때 비트코인은 美 달러화를 대체할 기세였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비트코인은 적어도, 현재 4만 9000%라는 경이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화폐를 망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은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작년 12월 이후 81.6%나 하락했다. 그 기간 동안 비트코인보다 더 폭락한 통화는 같은 기간 동안 99.6%나 폭락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 밖에 없다.

사실 비트코인은 10년 동안 존재해 왔지만 아직 그 용도를 찾지 못했다. 가장 잘 나갈 때에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미국 달러를 대체할 기세였지만,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던 짐바브웨 달러는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2009년 짐바브웨 통화를 폐기하기 전 미국 돈 1달러가 3경 5천조 짐바브웨 달러였다).

비트코인은 왜 이처럼 가장 낮은 빗장에 걸려 넘어졌을까? 바로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비트코인이, 은행이 자금을 이체하거나 정부가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것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거래를 처리하는 데 당신이 아는 중개인(은행)에게 돈을 지불하는 대신, 네트워크가 당신이 모르는 중개인 그룹에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첫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 ‘채굴’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비트코인 거래의 공개 장부를 업데이트 하는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즉, 은행이 검증할 필요성을 배제하고, 과녁을 맞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새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다시 두 번째 역할로 이어지는데, 바로 암호 화폐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비트코인의 총 수를 사전에 엄격히 제한해 그 가치가 부풀려질 가능성을 원천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문제가 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실제 거래 처리 작업을 하려는 이유는 그 대가로 받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한정된 공급은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더 많은 수요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무슨 용도로든 사용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방금 말한 것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오직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트코인을 사용할까? 그들은 투자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일상 구매에는 달러를 사용한다. 물론, 비트코인을 사용한 일상의 구매 행위는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비트코인 거래 건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이다. 사회의 주류에서 비트코인을 채택하면 가격이 훨씬 더 올라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가장 열렬한 신봉자들 이외에는 비트코인의 사용이 그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히려 어딘가에 계속 저장될 것이다. 결국, 일부 학자들의 주장대로, 자연적인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생겨나고 반복적인 가격 조작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유럽 중앙은행이 그 기간 내내 돈을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유로화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정부의 압력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해 온 터키 리라화보다도 수익률이 떨어졌다. 다만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나 2000년대 초 짐바브웨 사태 이후 우리가 보지 못한 수준의 무책임함으로 대처해 온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 보다 조금 나았을 뿐이다.

이제, 경제적으로 문맹에 가까운 마약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파산 정부의 가치 없는 통화보다 약간 더 나은 정도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하기조차 어렵지만, 스스로 통화 위기를 자초한 터키도 그럭저럭 해 낸 것을 보면 비트코인은 최소한 그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제 비트코인은 축하받을 차례가 올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런 최악의 가치 저장 수단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열혈 팬들이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미래의 통화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