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편 역성장이 예고되고 있으나, 기존 중저가 제조사들이 프리미엄으로 시선을 옮기며 판을 키우는 한편 폴더블과 5G를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 기회도 남아있다.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흘러가는 정국에서 스마트폰이 최접점 단말이라는 장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때 포스트 스마트폰을 꿈꾸던 웨어러블의 입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웨어러블 굴곡사

스마트폰의 역사는 모바일 혁명과 궤를 함께 하며, 3G 시대에 이르러 인터넷을 품은 전화기가 등장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노키아에서 시작한 비전이 애플의 아이폰에 이르러 만개했기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폰은 3G 시대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식했으나 4G 시대에는 통신의 관점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통신 기술의 발전이 3G에서 4G로 넘어가며 말 그대로 LTE, 즉 장기간의 혁명이라는 마케팅 수사에 갇혀 속도에만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도 큰 의미는 있지만 1G의 전화, 2G의 전화와 문자, 3G의 전화와 문자 및 인터넷의 역사만큼 강렬하지는 못하다.

빨라진 속도는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보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생태계가 4G에 이르러 3G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이는 UHD를 비롯해 가상 및 증강현실을 담아내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제공해야 하는 5G에 이르러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나아가 그 무엇보다 클라우드의 기적으로 강렬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여기까지가 모바일 혁명의 끝, 초연결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스마트폰 시대의 종말을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혁명의 연장선에 선 초연결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은 사업적 관점에서 이미 시장의 포화에 이르렀으며,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웨어러블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다. 스마트워치 및 스마트밴드는 스마트폰의 혁명과 매우 유사한 방법론을 가졌기에 그 누구보다 관심을 많이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필수품인 전화기에 개인화 경험을 보장하는 ‘걸어다니는 PC’의 개념이 삽입되었으며, 웨어러블은 이러한 삽입 개념을 더욱 밀착시키는 아이템으로 큰 조명을 받았다.

즉 언제 어느 때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모바일 시대의 상징이라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의 상징은 스마트폰보다 더욱 사람에 밀착된 기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이 포스트 스마트폰의 유력한 후보군이 된 이유다.

문제는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저가의 스마트밴드 중심으로 시장이 꾸려지는 대목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웨어러블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우울한 이야기도 나왔다.

웨어러블 시장이 생각보다 살아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저가의 스마트밴드 중심으로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페블이 몰락했고, 스마트밴드는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무엇보다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웨어러블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시장 자체의 수익성도 기형적으로 확장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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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글래스 등 주요 웨어러블이 오랫동안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포스트 스마트폰의 지위는 다양한 플랫폼이 승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다.

현재 자율주행차 업계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완전자율과 부분자율이다. 후자의 경우 운전자의 존재를 일부 인정하며 자율주행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며, 궁극적으로는 완전자율의 비전 목표를 추구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ICT 기업과 완성차 업체, 온디맨드 업체 등이 하청업체와 소프트웨어 사업자, 총체적 하드웨어 사업자를 각각 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많다. 구글 알파벳의 웨이모는 12월 초 미국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는 지난해 4월부터 동일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방식은 우버와 리프트 등과 동일한 앱을 통합 호출이 될 전망이다. 가격과 서비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12월 자율주행택시 운행에 나설 수 있는 결정적인 배경이다. 다만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섰다는 상징성보다, 자율주행택시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빌아이를 품어낸 인텔도 있다. 모빌아이는 칩 기반의 카메라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이며, 이를 바탕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텔은 BMW까지 아우르는 삼각동맹을 통해 나름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칩 제조사의 위력을 자동차 반도체, 나아가 모든 영역에 스며들도록 만들려는 복안이다. 모빌아이는 최근 런던에서 안정성 기술을 검증하는 시험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아벨리오 런던은 런던 전역에서 48개 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740대 이상의 차량을 가동하고 있다. 이번 시험 사업을 위해 아벨리오 런던의 런던 노선 가운데 세 개 노선의 66개 버스에서 앞 유리창의 안쪽에 카메라 한 대, 운전석에 디스플레이 한 대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모빌아이 충돌 방지 기술을 장착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자율주행차 기술들이 공개되며, 스마트폰의 후계자 후보는 더욱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웨어러블 포스트 스마트폰 유력 후보라는 타이틀도 멀어졌다. 스마트홈과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ICT 초연결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웨어러블이 온전히 스마트폰의 후계자라고 믿는 사람들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웨어러블의 희망은?

웨어러블 시장은 2014년까지 나름 성장을 거듭했으나, 이제는 사실상 성장판이 닫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일발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말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시장 자체가 서서히 살아나는 한편, 포스트 스마트폰이라는 제한된 입지에서 탈피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의 연례 설문조사를 인용해 ‘2018년 최대 트렌드는 웨어러블’이라고 전한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톱10에 운동 방식 외 보조기기가 포함된 것은 웨어러블이 유일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웨어러블의 의문점 중 하나인 ‘필요도’에 중요한 단서가 되어줄 수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밴드 및 스마트워치는 주로 스마트폰의 보조기구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에 천착하지 않으며 독자적인 통신 및 통화, 메시지 기술을 속속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기본일 경우에는 ‘스마트워치를 왜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비아냥이 생명력을 얻지만, 피트니스 일반에 대한 욕구가 스마트워치로 체화되는 순간 필요도 가치는 올라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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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코브스키는 처음 페블을 만들 당시에는 ‘작은 불편함’에 집중해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2008년 당시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자전거를 타던 그가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메시지를 보거나 이메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실현에 옮긴 것이 바로 페블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워치는 작은 불편함을 걷어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스마트 디바이스로 발전하고 있으며, 나아가 피트니스 계열의 기능과 덧대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애플워치2의 경우에는 증강현실 포켓몬고 콘텐츠 탑재 등 나름의 기능성을 충실하게 보완하는 한편, 방수 및 방진 기능을 더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사용자 경험 일부도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최근에야 벌어지고 있으며, 지금도 스마트워치 중심의 웨어러블 시장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핏비트의 페블 인수도 페블의 청산이 아닌, 스마트워치 등을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의 측면에서 핏비트의 행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애플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맞서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에 집중했던 스타트업의 동맹으로 이해될 수 있다.

초연결 패러다임이 본격화될 경우 개인 컴퓨팅에 대한 열망도 커질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디바이스 기능들이 스마트폰의 디자인적 측면을 넘어 웨어러블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면, 이 역시 웨어러블 시장에 큰 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봇’ 생태계가 초연결 인프라를 통해 상용화된다면, 생체인식 기술에 기반한 웨어러블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웨어러블은 스마트워치 중심으로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어야 하며, 현 상황에서는 필요도의 문제에 따라 그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인 1PC 시대는 스마트폰을 넘어 반드시 올 가능성이 높다. 웨어러블의 존재가치가 ‘불편함을 걷어내기 위해’를 넘어 피트니스 등의 특정한 가치를 정조준할 경우, 핀테크와 생체인식 등 초연결 패러다임의 가치와 빠르게 만난다면 충분한 폭발력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 필요도는 피트니스 이상을 넘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살아나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그동안 웨어러블 시장을 괴롭혔던 저가의 스마트밴드 중심 트렌드가 희석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은 2021년 2억223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연 평균 18.4%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여기서 저가의 스마트밴드는 2017년 무려 39.8%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021년 21.5%로 줄어들고, 2017년 27.9%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스마트워치는 같은 기간 32.1%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총 10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0만대 대비 67% 성장을 거뒀다.

그 중심에 애플워치가 있다. 스마트워치는 물론, 일반 시계를 통틀어 애플워치가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최근 발표된 애플워치4는 헬스케어 기능을 대폭 살려 눈길을 끈다. 심전도 측정 기능까지 지원하다. 핏비트가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계는 애플워치다.

삼성전자는 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워치에 기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갤럭시 브랜드 통합을 위해 갤럭시워치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 특징인 원형 베젤 디자인을 유지하며 디테일한 요소를 더했다는 평가다. 초침 소리와 정각 안내음을 지원하며 시계 본연의 사용 경험을 더욱 강화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화웨이도 최근 워치GT를 출시하며 스마트워치 시장 강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