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나 2위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제조사들의 반격이 매서워지는 한편, 프리미엄의 왕자 애플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10년간 ICT 업계를 지배한 모바일 제국에 균열이 감지되는 가운데, 초연결 생태계가 급부상하며 웨어러블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포스트 스마트폰의 후계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 대세라는 논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북미 스마트폰 출하량은 3710만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60만대가 줄었다. 북미 스마트폰 시장은 실제 수익이 나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바로미터이자 핵심 시장이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 경제전망을 통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15억대로 집계됐으나 출하량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인구는 76억명이다. 최소한 5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성장의 여백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하며 주요 제조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점유율을 지켰으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SA의 글로벌 스마트폰 톱 5위 제조사의 성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17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204억달러에 비해 크게 밀렸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의 맹추격을 허용하는 장면이 뼈 아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화웨이는 64억달러, 오포는 65억달러, 비보는 39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이를 모두 더해도 삼성전자 204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3분기 화웨이가 113억달러, 오포 61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이를 모두 더하면 179억달러의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보여주고 있으나, 이미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샤오미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일찌감치 패권 경쟁에서 탈락한 가운데 전략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상실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들의 단말기 평균가격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탑재,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한편 내년 폴더블과 5G를 중심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에 나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11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래를 만나는 곳(Where Now Meets Next)이라는 주제로 제5회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를 연 가운데,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 일부를 전격 공개했으며 갤럭시A7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는 전략도 보여줬다.

내년 초 갤럭시S10에는 다양한 신기술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극단적인 베젤리스 디자인이 유력하며 인피티니 O를 중심으로 폼팩터 재설계의 수준으로 나간다는 각오다. 트리플 카메라 탑재를 비롯해 홍채인식을 넘어 초음파 지문인식 기술도 유력하다. 극단적인 베젤리스를 추구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스캐너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일반과 플러스에 퀄컴의 기술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3D 안면인식 스캐너 기술도 탑재될 수 있다.

삼성전자 System LSI 사업부 마케팅팀장 허국 상무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모바일 AP에도 향상된 연산 능력과 효율성이 필요하다”며 “엑시노스 9(9820)은 NPU, 고성능 4세대 코어, 2기가비트급 모뎀, 강화된 멀티미디어 성능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사정도 악화일로다. 화웨이에 밀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로 내려앉은 가운데 아이폰 매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수요 하락은 지난 1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언급됐다. 매출 629억달러, 영업이익 161억1800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애플은 3분기 4688만9000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폰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플이 아이폰XS 등 신작을 국내에서 출시한 가운데, 출시 첫 주 성적이 전작과 비교해 60% 수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신형 아이폰의 국내 출시 첫 주 기준 출하대수는 약 17만대로 추정됐다. 이는 전작 아이폰X과 비교하면 절반을 약간 넘기는 60% 수준이다.

아이폰 안면인식기술에 필요한 3D 센서 부품을 제공하는 루멘텀홀딩스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소식이 알려지며 애플 주가는 크게 휘청였다. 일본에서는 신형 아이폰 일부 라인업을 할인해 판매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 아이폰 생산 기지인 폭스콘은 아이폰 쇼크의 직격탄을 맞아 체질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애플이 신형 아이폰의 낮은 출고를 만회하고 OLED 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전작인 아이폰X를 재생산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애플이 아이폰X 생산을 재개했으며, 이는 OLED 패널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아이폰XS 시리즈를 올해 출시하며 아이폰X 생산을 중단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아이폰XS 물량으로 단종된 아이폰X까지 되살렸다는 뜻이다.

높은 출고가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아이폰XS(256GB) 출고가는 156만2000원, 아이폰XS 맥스(512GB)는 196만9000원, 아이폰XR(64GB)는 99만원으로 책정됐다. 200만원에 근접한 출고가로 애플 팬덤을 자처하는 이들도 쉽게 아이폰을 구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저가 중심의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중저가 라인업 집중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기준 애플은 105억달러, 삼성전자 17억달러, 화웨이 6억달러, 오포 3억달러로 집계됐다. 여전히 애플 쏠림 현상이 심한 가운데 중국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이 올라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끝일까? 아직은 아니야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 구조는 기존 강자들이 비틀거리는 사이에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중저가 제조사들이 프리미엄에 대한 야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중심의 점유율을 가진 상태에서 기존 프리미엄 강자들이 주춤하자, 중저가 제조사들이 프리미엄의 영역을 정조준하며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폴더블과 5G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 폼팩터 경쟁이 벌어지면 시장 포화가 주는 우려를 딛고 새로운 전투가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의 시대의 종말은 당장 오지 않을 것이며, 모바일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초연결 플랫폼이 열리는 순간, 스마트폰은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매개체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플랫폼 이코노미 연구소의 김영환 연구원은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운영체제를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초연결 생태계 담론이 나오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스마트폰은 모바일은 물론 초연결 생태계로 고객들을 끌어갈 수 있는 매개며, 여전히 많은 고객들과 기업들을 연결하는 최접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처럼 소프트웨어로 접근하면서 하드웨어 경쟁력을 품어가는 방식과, 샤오미처럼 저렴한 단말기를 뿌려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키우는 전략은 다른 접근법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스마트폰이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중요한 열쇠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내년 5G 생태계를 맞아 스마트폰의 개인화 플랫폼 인프라는 당분간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