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보다 문자 회신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면서 채용 과정에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크게늘어나고 있다.   출처= 123RF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만약 기업으로부터 면접에 참여하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답장 문자에 웃는 얼굴을 첨부해도 괜찮을까?

당신이 어떤 프로그램밍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문자로 답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

기업 채용자가 정수기에 기대고 서 있는 비트모지(Bitmoji, 얼굴을 스캔해 만든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보낸다면, 당신은 답장을 쓸 것인가 아니면 메시지를 삭제할 것인가?

면접 일정을 조정하거나, 과거 지원자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전화 면접 또는 직접 면접을 위한 시간을 갖기 전에 초기 선별 질문을 하기 위해, 채용 과정에 문자 메시지 플랫폼을 추가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질문들도 점점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빡빡한 고용 시장에서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관심을 보다 많이 끌기 위해, 또 지원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그리고 구직자들과 의사 소통하는 방법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그럼으로써 그들이 낸 이력서가 휴지통에 던져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들을 부단히 찾고 있다.

IT 분야 전문 컨설팅 회사 가트너(Gartner)의 브라이언 크롭 인력 채용 담당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 제안 이메일을 스팸 메일로 처리하고 있다.”면서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경색된 고용 시장에서 문지 메시지가 기업들이 지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도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메시지 도구를 사용하도록 돕는 기술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2016년 출범한 마이아(Mya)는, 지원자들에게 기본적인 자격, 근무 가능성, 면접 일정 등에 대한 문자를 보내주는 ‘대화형’ 인공 지능을 개발해 포춘 500 기업에 속하는 기업 40여 곳과 함께 일한다.

또 인간 채용 담당자들과 기계가 개발한 질문을 섞어 지원자와 문자 교신하게 해 주는 캔바스(Canvas)는 자신들의 플랫폼이 ‘세계 최초의 문자 기반 면접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 텍스트리쿠르트(TextRecruit)와 트럼피아(Trumpia) 같은 회사들도 유사한 기술을 제공한다.

업계 애널리스트들과 이런 기술을 개발한 업체들은, 채용 과정이나 후보자 초기 심사에서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면 몇 가지 고유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이메일보다 문자 메시지에 응답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구인 이메일 공고나 기업 명의의 이메일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구인구직 웹사이트인 링크트인(LinkedIn)을 통해 보내는 이메일 중 약 20%만이 메일을 열고 읽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자 플랫폼에서는 60 내지 70%의 응답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자메시지의 빠른 회신도 채용 과정의 빠른 진행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에, 기업들은 직접 면접이나 전화 면접을 하기 전에 기본 자격 조건이나 근무 가능성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고, 지원자들 또한 복리후생이나 급여 수준을 물어볼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히 밀레니얼들이나 Z세대들에게는 비공식적이고 압박을 받지 않는 문자 소통이 처음부터 직접 만나 면접을 하는 어색한 상황을 덜어줄 수도 있다.

▲ 마이아, 캔바스, 리쿠르트텍스트 등 문자를 보내는 메시지 도구를 사용하도록 돕는 기술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출처= RecruitText

캔바스의 에이먼 브라 최고경영자(CEO)는 "범블(Bumble)이나 매치닷컴(Match.com) 같은 짝짓기 앱을 생각해 보라”면서 “이 플랫폼에서 그들의 첫 소통은 전화를 통한 화상 통화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고용을 원하는 회사의 일자리 제안이나 기업 문화에 대한 문자가 스팸 메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문자 메시지가 즉각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원치 않는 문자라면 사생활을 침해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의 크롭 부사장은 "어떤 면에서 당신의 전화 번호가 이메일 주소보다 더 개인적인 것"이라며 "만약 여러분이 이 정책을 따를 회사라면, 문자 메시지에 훨씬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 스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마이아와 캔바스는 취업 박람회에서 취업에 관심을 보인 후보자들의 이력서나 이력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지원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한다.

마이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에얄 그레이브스키는, 회사가 구인 사이트들과 제휴해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또는 과거에 고객사에 지원했던 사람들의 연락처도 확보하고 “9달 전에 지원하신 적이 있으시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어 문자를 보냈습니다”라거나 “지난 해 계약직으로 우리와 함께 일하신 적이 있으시죠? 새로운 기회가 있어 연락드렸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낸다.

이와 같은 문자 전송 채용 방식은 소매, 식품 서비스, 간호 및 고객 서비스 같은 대규모 채용에 주로 사용되지만, 전문직 일자리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과 같이 수요가 많은 직군에도 그 사용이 늘고 있다. 캔바스의 브라 CEO는 용접공, 기계공, 그래픽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모집하는 데에도 문자 메시지 채용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업무 공간 기술을 연구하는 조시 버신 애널리스트는 "문자 전송이 고위직 채용에까지 사용되고 있다.”면서 “그 방법이 빠른 속도로 정교해지고 있어, 현재까지만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업계에서 수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커뮤니티 헬스 네트워크(Community Health Network)사의 스캇 센델웩 인사부장은, 의사직을 제외하고는 건강 관리 시스템에 많은 일자리를 채우는데 캔바스를 이용했다면서, 채용 기간을 30내지 45일에서 25일 정도로 줄였을 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는 채용하려는 회사와 일하는 시간 대가 다른 야간조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담당자들이 후보자들과 동시에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하고, 직접 대면 인터뷰를 하기 전에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 같은 극히 일반적인 질문을 문자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연속해서 환자를 진료하느라 바쁜 의사들에게는, 이메일처럼 시간이 걸리지 않는 문자 메시지가 “채용 과정을 훨씬 빠르게 하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한 지원자는 며칠 후 면접장에 나타나 “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을 때 애팔래치아 산맥을 트래킹 중이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