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라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AI를 통해 신약 임상에 필요한 의료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는 등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있는 노바티스를 포함한 세계 유명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AI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 한해 최소 15개 회사가 약물 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엑스사이언티아 관계자 앤드류홉키스는 “지난 18개월동안 주요 제약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AI신약개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증명했다. 엑스사이언티아는 현재 GSK와 협력해 AI주도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도 ‘버그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AI신약개발 협력을 진행 중이며, 화이자도 익명으로 저장된 환자 데이터를 마이닝(성향, 패턴 등 유용한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AI방식으로 개발 중인 신약이 향후 3년 안에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드리 시리바산 노바티스 글로벌 개발 사업 책임자는 “우리는 전통적인 제약 회사의 사고방식에서 전형적인 기술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은 AI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IP 프로그마틱스에 따르면 2016년 5억 달러(한화 약 5천억원)가 AI회사에 투자됐다. 특히 의료 부문은 가장 성장이 가파르다. 오는 2021년까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6억6천 달러(한화 약 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AI도입이 비싼 약가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딜로이트의 보고에 따르면, 신약개발 연구개발(R&D) 투자 수익은 지난해 8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약을 시장에 내놓는 데는 평균 12년이 걸리고 비용이 2억 달러(한화 약 2000억원)가 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상실험은 실패한다.

실제 신약개발 성공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임상 1상부터 신약 승인까지 평균 성공률은 9.6%였다.

제약회사들은 AI의 도입이 신약개발의 실패요소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패비용을 비싼약가를 통해 상쇄해 왔던 만큼 실패율이 줄어들면 비용 감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화이자의 비즈니스 분석 부사장인 줄리 쉬프만은 “생산성 향상은 다운스트림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 신약개발 방식의 도입이 "반드시 약값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AI 기반 생의학 검색엔진인 BenchSci의 수석 책임자 사이먼 스미스는 "약품을 개발하는 데 내재된 위험은 기계를 사용했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