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LIFE&PEOPLE > 스포츠
갤러리엔 엉뚱한 ‘우상’...동료들엔 구제불능 ‘진상’여민선의 골프 뒷담화 ③ ‘비거리 제왕’ 존 댈리의 奇行을 보는 두 시선


지난 주에 열렸던 원아시아투어 호주 오픈 첫날, 필드의 악동 존 댈리가 사고를 쳤다. 사건은 10번 홀에서 티샷을 한 공이 벙커에 빠지면서 불거졌다. 벙커 안에 빠진 공 가운데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공을 치면서 2벌타를 받은 후 기분이 상한 그는 11번 홀에서 7개의 공을 물에 연달아 빠뜨린 후 가방 안에 더 이상의 볼이 없다며 라운딩을 하고 있던 선수에게 악수를 청한 후 시합장을 떠나버렸다.

존 댈리는 “공이 없어서 시합을 포기했다”라고 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시합을 지켜보는 자리에는 그의 아들과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를 사랑하는 팬들과 세계로 방송되는 TV채널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프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끝없는 질타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 PGA 상금 랭킹 187위, 세계 랭킹 675위였던 그는 시드권 자체가 없었기에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초청을 한 케이스여서 그의 어처구니 행동은 더욱 입방아 대상이 됐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스폰서 측은 매우 당혹스러워 했다. 시합 주최 측은 “댈리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에 실망했다”며 2주 후에 열리는 호주 PGA챔피언십 초청을 취소했고 앞으로 호주에서 열리는 모든 시합에 그를 완전히 배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존 댈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타자다. 1991년부터 10년을 넘게 투어드라이브샷 비거리 부분의 랭킹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나쁘다는 오버스윙에 관계없이 그는 힘이 넘치는 스윙과 에너지. 그리고 호탕함에 팬들은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는 1991년 PGA챔피언십 우승을 신호탄으로 1995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 그 후 PGA 9승을 추가하면서 선수로서 최고의 명예와 행복을 만끽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7년 손톱자국에 뜯긴 얼굴로 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 뭔가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는 2008년 호주오픈에서도 갤러리의 카메라를 박살내고 아무렇지 않은듯 라운딩을 하는가 하면 황당한 옷차림으로 시합에 나타나기도 했고, 스트립걸과 찍은 민망한 사진이 유포돼 인터넷과 신문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그는 네 번의 이혼과 도박과 술로 이어진 방탕한 생활로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길 바닥에 나앉은 경우도 있었다.

그가 도박에 쏟아부은 돈이 무려 7000만달러나 된다는 소문도 있다. 이는 한국 돈으로 8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는 술과 마약에 빠진 채 시합에 출전해 PGA협회로 부터 스무 번이 넘는 경고를 받았고, 출전 정지도 여섯 번을 받았다. 그야말로 ‘진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를 사랑한다. 심지여 존 댈리가 노름빚에 허덕일 때조차 다시는 노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를 투어에 복귀시킨 스폰서가 있었고, 그가 다시 필드로 돌아올 때마다 팬들은 그를 위로하고 지지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놀라운 실력과 어우러진 엉뚱함이 그같은 매력을 빚어낸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는 어느 교과서에서도 볼 수 없는 이론과 스윙으로 멋지게 공을 후려치는 매력남이다. 또한 어디서도 쉽게 볼 수없는 황당한 의상을 입고 나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다른 프로에게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인 냄새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는 점도 그만의 매력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에 빠져 있으면서도 여전히 프로로 뛰는 질긴 생명력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여자,도박, 술 등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쁘지 않은 실력을 발휘하며 프로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존 댈리를 만난 적이 있다.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을 위해 체력훈련을 하고 클럽 교체를 하기위해 각자 소속된 클럽 회사에서 피팅을 하는데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켈러웨이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굉장히 사적인 장소인데다 일반인에게는 오픈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 자리에는 그와 나, 그리고 매니저뿐이었고 회사 직원 10명이 클럽 피팅을 해주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모든 직원들이 존 댈리를 좋아했다. 그는 유명한 선수지만 거만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한 명,한 명 이름을 물어보며 눈을 맞추고 농담까지 주고받는 친절남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는 개인 볼일만 보고 자리를 뜨는반면 그의 행동은 확실히 달라 보였다. 그는 피자를 주문해 모든 직원들과 함께 나눠 먹는 소박함을 보였다. 나 역시 그자리에서 피자를 얻어먹은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한 홀에서 공을 무려 7개나 친 것은 프로세계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점수를 관리해야 하는 프로선수가 맹목적인 샷으로 물(해저드)을 건너기 위해 7개의 공을 같은 자리에서 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고 대답할 것이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그의 모습에 그를 바라보는 프로들의 입장은 분명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합이 끝나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갈래로 갈렸다. 댈리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과 그런 그가 오히려 TV채널을 고정시킨다는 입장이 맞선 것이다.

하긴 그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할 것인지가 궁금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는 얘기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의 돌발적 행태에 대해 등을 돌린다. 존 댈리가 드라이버 샷으로 300야드를 날리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선수 외에 팬들마저 등을 돌려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자생 웰니스센터 ‘더 제이’ 헤드프로, 방송인




이코노믹리뷰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1.11.24  19:10:44
이코노믹리뷰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