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업무지구의 계획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용산역 주변은 크고작은 재개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공원조성계획과 임대주택조성 여론 등으로 용산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용산역 주변은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업무단지가 속속 입주하고, 정비창전면1구역 등 재개발 추진위가 들어서면서 재개발 사업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사들은 미래가치를 보고 매수·매도 문의가 활발하지만 실제 거래는 드물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지난 11월 21일 용산정비창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예비추진위원회가 신청한 추진위원회의 설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예비추진위원회의 주민 동의율은 약 55%로, 향후 조합설립인가와 시공사 선정 등을 거치면 해당 지역의 재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창전면 특별계획1구역’은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에 총 면적 6만8543㎡에 이르는 곳으로, 낙후된 주거지역과 근로생활시설이 모여 있지만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코노믹리뷰>가 11월 23일 찾은 용산역 주변은 정비창구역 외에도 크고 작은 구역 단위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통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개발 이후 50년이 지나 일정 부분 낙후된 곳을 재개발하는 계획으로, 용산역 서편 국제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용적률 상향이 적용돼 고밀 개발하는 내용이다. 또한 용산역과 서울역 구간의 철로가 지하화하고, 기존 철로부지는 대형공원과 미팅, 컨벤션 등의 행사가 가능한 ‘마이스’(MICE) 복합단지가 들어설 전망이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마스터플랜 발언 이후 용산구는 물론 마포구의 주택가격은 10월까지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 출처=한국감정원.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발언으로 가라앉은 개발심리가 자극되면서 해당 지역을 비롯한 서울 전역의 부동산 이상급등 현상이 재개발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용산지역 주택가격 변동지수는 2017년 11월을 기준점 100으로 놓았을 때, 2018년 6월부터 10월까지 105.3에서 109.2로 폭등했다. 특히 ‘마스터플랜’ 발언이 있은 직후 7월 105.8에서 8월 107.2로 껑충 뛴 것이 발언의 여파를 방증한다.

대출규제와 세제 개편을 골자로 한 9.13 대책 이후로도 용산지역의 주택가격 변동은 멈추지 않은 까닭이다. 9월 108.4에서 109.2로 상승추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시가 주관하는 용산 전면 재개발 계획은 현재 보류된 상태다. 특히 개발의 거점인 ‘국제업무지구’는 뚜렷한 계획과는 달리 덩그러니 부지만 남아있다. 2013년 지구지정 해제 이후 사업부지 소유권을 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롯데관광개발 측의 소송이 이어졌고, 지난 5월 코레일 측이 최종승소했지만 사업 전개는 멈춰 있다. 이후 서울시는 주택 공급 대안으로 매입 임대, 빈 집 활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용산역 주변지역 공인중개사들은 해당 지역의 ‘미래 가치’를 이야기하며 “향후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용산 미군기지 철수 후 들어설 대규모 공원과 오는 2019년 착공될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선이 그 이유다.

용산역 맞은편 C공인중개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역 앞의 지하광장 사업 단독입찰을 따냈다”면서 “용산역과 신용산역, ‘래미안’과 ‘푸르지오’를 이으면서 ‘마이스’ 단지와는 또다른 문화공간이 생길 전망”이라고 전했다.

용산역 앞은 주상복합단지를 오가는 인파와 아파트 단지 공사로 분주했다. ‘래미안용산센트럴’ 주상복합단지가 지난해 5월 준공을 마쳤고, ‘용산푸르지오써밋’ 주상복합단지 역시 지난해 8월 준공 후 입주를 마쳤다.

▲ 도시환경정비4구역에서 공사 중인 '효성센트럴파크해링턴타워'.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맞은편 국제빌딩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는 ‘효성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곳은 연면적 36만3481㎡의 부지에 용적률 804.99%, 건폐율 69.72%를 적용해 지하 5층~최고 43층의 공동주택 5개동과 34층의 업주시설 1개동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후 약 8년 만인 2016년 정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재개됐고, 목표 준공일은 2020년 8월 21일이다. 지구 북쪽으로 현 미군기지 부지에 들어설 공원을 향해 ‘시티파크’가 조성될 계획도 있다.

▲ 호반건설이 재개발을 전개 중인 도시환경정비5구역.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4구역 남쪽으로 이웃한 한강로2가 210-1번지 일대 ‘국제빌딩5구역’은 소규모 상가단지가 이어져 있다. 지난 9월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래 약 6122㎡의 면적에 지하 8층~지상 39층의 1개 건물이 들어선다. 187가구의 아파트, 오피스텔과 함께 판매시설도 계획돼 있다. 5구역 J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철거가 시작되고 2020년 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푸르지오써밋에 입주한 B공인중개사는 “하나둘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을 본 수요자들 때문인지 매수세가 아직은 강한 편이다”라면서 “9.13 대책 이후로 매수 문의가 조금 줄긴 했지만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최근 한 달은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거의 등락이 없는 요지부동 상태다”라고 말했다.

Y공인중개사 역시 “개발계획은 확실시되는 반면 가격이 강남권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투자 문의가 많이 온다”면서 “현재 강남권은 아파트 가격이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 나간다고 치면 용산은 평균 4000만원대라 앞으로 꽤 상승할 것”라고 주장했다.

▲ 과거 '터미널 상가'를 재개발하고 지은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과 전자상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용산역 서편, 국제업무지구 북쪽에 숱한 전자상가는 지난 6월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20년 철거를 시작해 2022년까지 약 21만㎡에 이르는 이곳 전자상가 부지를 향후 전자산업 기반의 문화공간으로 꾸릴 계획이다. 과거 ‘터미널 상가’가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로 재탄생한 사례도 이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국제업무지구와 함께 해당 계획은 답보 상태에 멈춰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민감한 문제라며 언급하길 꺼렸다. 원효로에 자리한 D공인중개사는 “그런 계획이 없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 텅 빈 용산 수송부 부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최근의 재개발 논의에서 한 발 빠져있는 곳도 있었다. 아세아아파트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약 5만1915㎡의 수송부대 구역은 부영그룹이 매입한 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반면 수송부대와 이웃한 세무서주변특별계획구역은 아직 부지의 용처나 매입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 용산세무서 주변은 '한양철우아파트'를 비롯해 낙후한 주택이 즐비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해당 구역의 S공인중개사는 “제대로 된 구역지정이 돼있지 않고, 용적률을 맞추기 위해 5년을 기다렸지만 나아진 게 없다”면서 “건너편 시티파크1단지처럼 400%를 맞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철우아파트’ 주민들은 “지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재개발·재건축이 멈추면서 시설 노후화로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라면서 “녹물, 침수피해가 있어도 의무화된 보강 조치만 내려올 뿐 근본적인 대책인 재건축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양철우아파트 외에도 이 지역은 노후화된 주택이 즐비해보였다.

반면 주변 상인은 “용적률이 낮으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 재개발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솔직히 가격이 너무 오르면 재입주하기 어려워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84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면서 보류된 용산 마스터플랜을 아직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