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길을 지나다 한 친구가 보도가 들고 일어난 곳을 보고

부실 공사 탓이라고 투덜거립니다.

그러자 조경업을 하는 나무 박사 친구가 부실 공사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옆에 가로수 탓 일거라 말합니다.

저 나무가 살려고 영양분을 찾아 뿌리를 뻗다보니 생긴 자연스런 일이라는 게죠.

도로쪽으로는 시멘트로 차단막을 설치하니 그쪽으로는 못가고,

보도쪽으로 맹렬히 뻗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도로쪽으로 드러난 큰 뿌리는 말라서 툭하니 잘린 형태였고,

보도쪽으로 난 굵은 뿌리는 땅속으로 들어간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무 딴에는 나무 기둥의 안쪽을 무거운 걸로 채워서도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하는데,

뿌리 쪽에서 저렇게 한쪽으로만 지지하는 형국이 되니,

강한 바람에는 넘어질 수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사람들에 의해 이리 저리 옮겨지고 심겨진 나무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나무박사에게 마저 요즘 나무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겨울을 앞둔 저 활엽수 나무들은 이제 낙엽을 다 떨어트리고,

스스로 필요한 최소 수분만 간직한 채,

물을 뿌리로 내려주며 배수를 하고 있다합니다.

그런 나무들의 물로 인해 갈수기인 요즘의 산골 계곡물이

많아지지는 않아도 현상 유지되고 있는 거라 합니다.

월동 준비에 들어가는 나무가,

낙엽에 이어 갖고 있던 수분마저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생각하니 자못 숙연해졌습니다.

좋은 친구 둘이 퇴직하고 연합해서 회사를 만든 지

10년이 되었다고 모여서 점심 한 끼 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으로 축하를 해줄까하다가

나무가 전하는 말을 듣고 해답을 찾았습니다.

과거 해외와 국내서 기념품이나 귀한 것이라고

모은 것 중 하나를 보내야겠습니다.

그것들이 내게는 사연으로 인해 이제까지는 귀하게 대접받았지만,

그게 훗날이 되어도 그리 사랑을 받을지,

또 친구에게 가서 더 좋은 기회를 맞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그런 정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지난 주말 수도권에 삽십여년 만에

최대로 첫눈이 왔다고 제법 요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없어졌는데,

그 또한 나무가 전하는 말과 맥락이 같아 보였습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