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의미합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이렇게 정의(定義)를 내리자면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 중 어느 범위까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가 노사 간의 치열한 논쟁거리로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통상임금’이 연장, 야간 근로수당, 연차수당은 물론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근로자의 입장에서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그에 비례하여 사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과 퇴직금의 액수가 증가한다는 것이고,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은 반대로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액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①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② 정기적 ③ 일률적 ④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판결 참조). 그러나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실제로도 전형적이지 않은 몇몇 수당은 여전히 그것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 A조선업체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약은 상여금 지급 기준을 ‘지급일(20일) 현재 근무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A조선업체 근로자 및 퇴직자인 B씨 등은 A사를 상대로 ‘매달 20일 현재 근무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품은 대법원이 정한 ‘통상임금’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B씨 등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구를 하였습니다.

2012년 10월 B씨 등에 의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 제기된 이 사건은 1심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기각되었습니다. “고정임금이란 임금의 명칭과 관계없이 임의의 날에 근무한 근로자가 다음날 퇴직한다고 해도 근로의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으로, 이번 사건과 같이 근로자가 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일 등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통상임금’의 요건 중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 의해 확립된 판례이기도 합니다. 즉 대법원은 그 동안 “어떤 수당이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거나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는 지급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가져야 할 ‘고정성’의 요건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해 왔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115786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2다10980 판결 등 참조). 예컨대 설, 추석 상여금, 휴가비, 귀성여비, 김장보너스, 생일자지원금 등은 회사가 지급하기로 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것이지, 그 시점을 전후하여 재직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처럼 매달 20일에 근무한 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기는 하나,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보기도 어렵고 ‘고정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도 대법원은 짝수 달과 설, 추석에 기본급과 수당의 100%씩 합계 연 800%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퇴사한 자들 중 지급일에 재직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같은 논리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32020판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은 이후 ‘통상임금’의 의미는 후속 판례들에 의하여 점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떠한 분쟁이라도 사전에 발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고정성’이 결여된, 즉,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금품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상의 문구 뿐 아니라, 노사가 실질적으로도 명시적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