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구광모 LG회장이 회장직에 오른지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구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지만 최근 LG화학 부회장에 3M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 내 ‘새바람’을 일으키는 등 본인만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구 회장의 파격인사가 이번달 말로 알려진 LG그룹 인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 구광모 LG회장. 출처=LG

구 회장의 첫 번째 고위급 인사는 지난 7월 단행된 하현회(주)LG 부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리를 바꾼 것이다. 취임한지 얼마 안된 상태의 구 회장의 첫 고위급 인사여서 재계는 큰 관심을 보였다. 권 부회장을 그룹을 총괄하는 LG로 불러들인 이유로는 권 부회장의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이 꼽혔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고, 재무 전문가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권 부회장이 신규 사업 투자와 구조조정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점이 권 부회장이 LG로 옮긴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다. LG그룹내 혁신과 신사업 발굴 등에서 권 부회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파격적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영입

7월 인사에 이어 11월에도 LG그룹 내에서는 고위급 인사가 단행됐다.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이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내정됐는데 이는 LG화학이 설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단 한번도 LG계열사에서 근무하지 않았던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인데 이로 인해 구 회장이 그룹 혁신을 위한 본격 행보를 파격인사로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신규사업 발굴에 있어서 신 부회장의 LG화학 내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 3M의 DNA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LG화학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신소재, 배터리, 생명화학, 정보전자소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고 있다.

3M 관계자는 “신 수석부회장은 외국생활을 오래 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끌어내는 데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평사원으로 입사해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로 직원들 사이에서 호평이 많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이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사례는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과 LG유플러스의 이상철 전 부회장 정도다. 한동안 잠잠하던 LG그룹의 CEO 외부수혈이 신 부회장 영입으로 얼만큼 본격화될지도 구 회장의 인사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로 작용할 전망이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내정자. 출처=LG화학

김형남 한국타이어 부사장 영입 진행

LG그룹은 또 한명의 외부 고위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은 김형남 한국타이어 부사장(연구개발본부장)으로 현재 LG그룹의 어느 계열사에 어떤 자리로 갈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한국타이어 이전에도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LG그룹의 자동차 관련 사업 계열사로 이직할 것이 유력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장부품 부서인 VC사업부문이 있는 LG전자로의 이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김 부사장 영입이 진행 중인 것은 맞는데 어느 계열사에 어떤 직위로 갈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연말 그룹 인사와 함께 확실한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현재 알려진대로 김 부사장이 LG그룹에 영입돼 LG그룹의 자동차 관련 부서의 수장을 맡게 된다면 이는 LG화학의 신 부회장 영입에 이은 또 한번의 신속한 외부 고위급 인사 영입이다. 구 회장의 그룹 혁신 의지를 외부인사를 통해 보여주게 되는 것으로 앞으로 인사에서도 파격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수적 분위기 LG...외부인사 영입으로 ‘혁신’ 가속화

신 부회장 영입과 김 부사장의 영입설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파격’이다. 그러나 실제로 외부 고위급 인사 영입이 그룹 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성과를 보고 나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장자상속과 같은 LG만의 보수적인 문화와 이미지를 외부 인사 영입 등으로 이전보다는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윤덕균 한양대 명예교수는 “LG그룹은 선대 회장대부터 장자상속을 원칙으로 삼고 외부 인사 영입도 그리 활발하게 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지속하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구 회장의 파격인사는 LG그룹도 혁신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줄 수 있는 동시에 구 회장이 이끌 LG그룹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윤 교수는 이어 “LG그룹은 정도경영을 통해 타 대기업 그룹과 달리 총수가 감옥에 가는 일이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그룹을 잘 이끌어 왔다”면서 “구 회장의 인사가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 정말로 큰 영향을 LG그룹에 미칠 수 있을지는 향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