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풀 상용화를 둘러싼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카풀 상용화 논의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에 이르고 있다. 양쪽이 타협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디지털 이코노미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디지털 경제, 플랫폼이 답” vs “카카오 카풀 반대”

국내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한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22일 서울 여의도는 두 진영의 극단적인 충돌을 상징하는 생생한 현장이 됐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는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비즈니스의 강점을 공유하는 행사가 열린 가운데 불과 1.3Km 떨어진 국회 앞에서는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는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이 열렸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환영사를 통해 “아마존과 구글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창업가 정신이 발판이 되어 다양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의장이자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을 운영하는 김봉진 대표는 스타트업 규제 논란과 디지털 경제의 가능성, 나아가 혁신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혁신적인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치들이 여전하다”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와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시동도 걸지 못한 카카오 카풀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 강연에 나선 플랫폼 레볼루션의 저자 제프리 파커 다트머스 대학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큰 자본의 투자가 없어도 효과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의 확장성이 강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묶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대기업들이 보여주는 생태계는 단방향적이고 제한적인 ‘파이프 모델’에 불과하다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랫폼 혁명의 사례로 구글과 온디맨드 차량 플랫폼 우버를 거론하기도 했다.

스마트모빌리티포럼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2일 오전 별도의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에 힘을 실었다. 두 포럼은 “디지털 모빌리티 기업들은 기존 산업이 느끼는 불안함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상생을 위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카풀 전면 금지는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포럼은 이어 “디지털 모빌리티 서비스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기존 교통의 경직된 가격구조와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를 탄력적인 가격구조와 소비자 중심의 저렴하고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이미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해외 기업의 성공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포럼은 또 “세계적으로 디지털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간주돼 교착상태에 처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현재의 갈등 상황에서 종국에는 시장에서 퇴출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머지않아 국내 기업은 모두 도태되고, 결국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포럼은 마지막으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다수 역시 카풀서비스 찬성을 표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마저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편익과 신산업 동력을 위해 택시 및 기존 산업과 함께할 것이며, 양바퀴 수레가 돌아갈 수 있도록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통해 미래 플랫폼 비즈니스를 완성하겠다는 뜻이다.

두 포럼의 성명서와 함께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을 통해 ICT 업계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인 국회 앞에서는 택시업계의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가 열렸다. 카풀을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 전체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중심을 둔 것을 고려하면, 전혀 다른 형태의 주장이 나오는 셈이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는 한편 “국회는 30만 택시 종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카풀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한 여객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 의결하라”고 외쳤다.

카풀을 두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리기사 업계도 카카오 비판에 나섰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 5개 대리운전 기사 단체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 모빌리티는 11월 초 프로서비스, 프로기사제 등 일방적인 정책을 단행하며 대리기사들을 옥죄고 있다”면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소위 기사장사, 맞춤형 수탈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의 대리운전 마케팅 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플랫폼 논란 거세진다

카풀을 둘러싸고 카카오 모빌리티 등 ICT 업계와 택시업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카풀 업체 풀러스는 동력을 상실했고 최근 한국판 우버를 표방했던 차차 크리에이션도 어려운 경영 활동에 직면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ICT 업계에서는 럭시가 카카오 모빌리티에 완전히 흡수되는 한편, 정식 카풀 서비스를 타진하는 중이다. 쏘카의 자회사 VCNC도 타다 서비스를 런칭해 고무적인 초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대편에 있는 택시업계도 택시비 인상 등 일부 희망적인 시그널을 감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벌어진 각 업계의 실력행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와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전격적인 회동처럼, 서로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