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함과 동시에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할 전망이다. 타 금융지주 대비 은행 의존도가 낮았던 상황에서 그 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 리스크 관리로 유명한 만큼 외형 확장과 함께 내실도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정부 정책 변화와 대외변수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단순 ‘수익균형’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 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신한지주가 ‘신한’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본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지분 59.2%를 2조2989억원 인수한다. 최종 마무리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의 총자산은 31조5000억원이다. 신한지주는 외형면에서 KB금융을 꺾고 리딩뱅크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신한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7.8%로 금융당국 권고수준인 130%에 근접하는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한다. 그러나 연간 1조원을 상회하는 자회사 배당금 수익을 통해 충분한 상환여력을 보유 중이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이익창출 기반이 강화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신한지주는 아시아신탁도 품었다. 인수 관련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이번 딜(deal)로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와의 연계 서비스가 기대된다. 예를 들면, 신탁 서비스를 은행이나 증권이 판매해 부동산 개발 관련 상품 제공이 가능하다. 역으로 은행은 대출을 연계할 수 있다.

최근 금융업계에 무점포·비대면 영업이 강화되면서 은행이 보유한 점포 등을 중심으로 유후 부동산 개발 사업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신한지주의 수익에 일조할 전망이다.

▲ 신한지주 주요 자회사 자산 의존도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그룹 내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월 말 연결총자산 기준 69.9%다. 은행 의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경쟁 은행지주 대비 낮은 편이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51.2%다.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가운데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은 비은행 중심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딩뱅크’보다 글로벌IB로의 도약

그룹의 중심인 신한은행은 업계에서도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창사 이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최악의 사태를 맞았지만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언제든 작동할 수 있도록 개별 직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시킨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영업부서 실무진의 역량은 리스크 관리 담당 실무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로 지도부 공백이 발생했지만 신한은행의 실적은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직원들이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다.

최근 신한지주가 비은행 부문을 더욱 강화하면서 리딩뱅크 탈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물론 리딩뱅크라는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신한지주는 글로벌I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B업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딜소싱(deal sourcing)의 근간에는 위험평가가 있다. IB로의 성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며 수익성은 차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딜소싱은 은행, 증권, 보험, 신탁 등 각 금융업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좋은 상품’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인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딜’을 발굴해야 한다.

결국 금융업의 성장은 딜(deal)을 위한 리스크 관리 능력과 동일 선상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한지주의 과거 성장 과정을 보면 이미 글로벌IB로서 ‘절반의 성공’을 달성한 셈이다.

▲ 신한금융그룹 분기별 자회사 이익 추이 [출처:하나금융투자]

신한지주는 자사는 물론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자회사의 글로벌 명칭을 ‘신한’으로 단일화했다. 여러 계열사가 있지만 결국 ‘신한’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지주 내에는 인수합병(M&A) 등을 전담하는 글로벌전략팀이 존재한다. M&A의 경우 건별 TF 성격의 팀을 꾸리는 여타 지주사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지주와 자회사의 관계가 아닌 전 계열사가 함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지 않았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기본에 충실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늘 바라본다”며 “갑작스런 성장보다는 꾸준한 성장을 강조해왔던 만큼 그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지주와의 경쟁보다는 모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