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서면 입구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여름에는 푸른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어주어 잔디에서 쉴 수가 있다. 수호수(守護樹)같은 역할을 하는 나무다. 화백의 쉼터 세 곳 중 하나인 정원은 늘 애정을 갖고 소중하게 관리한다.
다른 나무들도 있지만 장미, 수국, 백합, 목수국이 정원의 주요 나무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화백이 꽃을 오래 두고 보려는 마음이 작용했다.
“장미는 5월부터 피고 지며 11월까지 핀다. 여름날 백합은 향기가 작업실로 들어와 번지면 너무 좋다. 수국은 특히 아내가 좋아하는 식물이라 수국동산을 하나 만들었다. 꽃과 나무는 주인의 발자국을 듣고 자란다.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서리가 내릴 무렵에는 대부분 꽃이 지는데 거의 유일하게 피어있는 꽃이 산국(山菊)이다. 차(茶)로도 만들지만 그 향기가 좋아 내가 무척 사랑하는 꽃이다.”
대체로 어린나무나 추위에 약한 나무들은 겨울되기 전에 짚으로 싸서 보온한다. 입주하던 겨울, 장미 상당수가 얼어 죽은 경험을 한 후 해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짚으로 싸 준다. “보기는 그래도 가시가 짚 사이로 삐져나오기 때문에 장갑을 뚫고 찔리는 것도 아프지만 재미난 즐거움이기도 하다.”
20여 년 전, 자녀들이 어렸을 때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지낼 정도로 즐겨 탔었다고 한다. 이후자녀들이 성장하고 각자 바쁜 생활이 되다보니 더 이상 스키장에 가지 않게 되어 화백(서양화가 김명식,김명식 작가,キムミョンシク,Andy Kim,KIM MYUNG SIK,金明植,김명식 화백)이 스키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스키를 칠해서 싸인보드(Signboard)를 하자고 아내가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해서 세워놨더니 재미있게 명물이 되었다. 재활용을 톡톡하게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