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에 대해 여러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으로 좁혀진다.   출처= BisNow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세금 감면 정책에 따라 지난 2분기에 4.2%라는 깜짝 성장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가 2019년에는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침체 조짐마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고 CNBC가 11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채권에 몰려들고 기업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주식 시장이 폭락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견해는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보다 더 암울하다.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내년 전망이 한결같이 밝지 않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이어 JP모건도 2019년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9%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4분기에 3.1%로 성장을 유지하다 내년부터 감세 효과 상실과 금리 상승,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 18일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1분기 2.5%, 2분기 2.2%에 이어 3분기 1.8%, 4분기 1.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에 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에 대해 여러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으로 좁혀진다. 이들은 내년에 경기 둔화를 예상하면서도 침체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진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Leuthold Group)의 제임스 폴슨 투자전략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보십시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채권 수익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있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주택 건설, 자동차 판매, 기업 내구재 투자의 둔화와 부진 등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증폭되는 두려움

두려움은 두려움을 먹고 스스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재정 상태 악화가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폴슨 투자전략가는 “현재의 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최저점이 깨질 수도 있다. 이제 오래 동안 지속돼 온 강세장은 끝나고 마침내 불황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에 침체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전문가들이 확신하지는 않고 있다. 성장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둔화가 아니라 2018년 이전 시기의 꾸준한 정상적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2분기 깜짝 4.2% 성장을 포함한 몇 분기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지난 11분기 동안 7분기가 2% 내외의 성장을 보였다.

MUFG 유니언 뱅크의 크리스 럽스키 금융부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모든 것이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주택 건설을 저해할 것이며, 기업들의 내구재 투자도 부진하다. 추가적인 세금 감면 혜택도 없어지면 소비 지출도 둔화될 것이다. 현재 경제는 꽤 강해보이지만 이제 어느 것부터 둔화될 것인가의 순서만 남았다. 4분기에 3%대 성장을 유지하면 올해에는 3.2% 수준의 성장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럽스키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지만, 연준의 전망과 CNBC가 의뢰한 1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본 평균치는 2.4%였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튼(Grant Thornton)의 다이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2%를 약간 웃도는 2.25%로 내다봤다. 그는 무역 전쟁의 누적된 파급 효과가 2020년 하반기에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이어 JP모건도 2019년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9%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미 경제분석국

감세 효과 사라져

성장 둔화는 감세 효과가 사라져 감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로 S&P 500 기업의 이익 성장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S&P 500 기업의 이익 성장은 2018년 24%에서 내년에 8.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UFG의 럽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감면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기업 투자 지출도 부진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장비 투자로 인한 경제 상승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21일, 미국 기업들의 10월의 내구재 주문량이 4.4%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변동성이 큰 교통수송 부문에서 12.2% 감소했으며 특히 상업용 항공기 부문에서 21.4%, 군사용 항공기 부문에서 59.3%가 감소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협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만일 중국과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해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신흥국과 유럽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랜트 손튼의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도 “유럽 경제도 약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중국의 경기 침체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는 새로운 세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부과한 2000억달러 중국 상품에 대한 10% 관세는 내년 1월 1일부터 25%로 인상된다. 게다가 오는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추가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나홀로 성장을 누려왔지만, 이제 감세 효과의 상실과 관세 부과가 결합해 미국 경제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감세가 기업 이익을 높여준 덕택에 관세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이윤 상실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지만 내년에는 모든 것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면서 “가격 인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금융 시장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인상의 충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하겠지만, 가격 인상은 소비 감소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뜻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JP 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25%로 인상되면, 그것은 1000억달러가 넘는 세금 인상에 해당할 것이며, 그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관세 인상 충격이 환율 조정이나 미중 양국의 생산자들의 마진을 통해 어느 정도 흡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주택 시장은 탄광의 카나리아다. 주택 시장은 경제의 다른 부분보다 약 1년 반 정도 빠르게 금리에 반응한다.   출처= American Economy

탄광의 카나리아, 주택 시장

주택 시장은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야다. 주택 시장이 소비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구입자들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재융자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최근 작년보다 22%나 낮았다. 11월 주택 건설업계의 심리는 4년 반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탄광의 카나리아다. 주택 시장은 경제의 다른 부분보다 약 1년 반 정도 빠르게 금리에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주택 담보 대출이 금융 위기 전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신호가 붉은 깃발(적색 경보)이 아니라 노란 깃발(일시적 침체)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0월의 기존 주택 판매는 예상과 달리 1.4% 증가했지만, JP 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018년 첫 세 분기 동안 실질 주택투자는 연간 기준으로 2.9% 감소했다. 10월의 반등과 관계없이 2019년까지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만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유보된다면 주택 활동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