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9.21 대책이 발표되고 꼭 두 달이 된 시점에도 3기 신도시의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월 중으로 3기 신도시 일부와 광역교통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장기화되고 있고 일부 하락지역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특히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하락세 진입의 기미가 보이면서 여타 서울 지방과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수도권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리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신도시 공급의 적기 여부를 두고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신중히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신도시 계획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국토 운용의 효율 측면에서 계획 발표가 조금 미뤄지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 도심 내부에서도 오피스 빌딩의 공실이 늘고 공동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데, 신도시가 개발되고 30만가구가 공급되면 이 문제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공개 시점이 12월로 결정된 데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국토부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오히려 수요가 어느 정도 정체된 상태에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 현재의 안정세가 하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늦춰진 발표가 의도치 않게 시장의 부작용을 완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신도시 특성상 직주여건을 높일 교통망이 필요하고 상권이 자리 잡는 시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즉각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그러나 “기존 신도시 지역의 주민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주의를 요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동탄2신도시와 용인지역은 안 그래도 미분양 문제를 앓고 있고, 주목은 되지 않았지만 근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오르는 동안 해당 지역은 집값 하락이 계속됐다”면서 “그곳보다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짓는다고 하니 건설사와 주민,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교언 교수는 “서울 집값이 안정세라기엔 이르고 폭등은 진정됐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서울 시내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남아있어 추가 공급은 필수”라고 신도시 공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12월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는 ‘반포주공1단지’와 같은 재건축 단지들은 가격 급등의 잠재성을 갖고 있어, 12월 이후 서울지역 매매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심 교수는 대신 신도시 택지와 함께 발표되는 교통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도시계획은 교통망과 병행해 전개돼야 한다”면서 시간 재촉보다도 제대로 된 택지 조성을 주문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시장 상황이 폭등세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거래는 관망 분위기로 위험 요소가 남아있다”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김은진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반응이 급박하다면 더욱 이르게 발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가격 변동폭이 잦아들면서 국토부가 시간을 조금 더 번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나 가격 상황보다도 그동안 지자체와 주민들의 신도시 반대 움직임이 지연의 직접적인 영향일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협의가 발표 시기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도시 또는 추가 택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들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렸다. 과거 보금자리주택 택지로 지정됐지만 보상 등의 문제로 이내 지정이 취소된 ‘하남 감북지구’는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감북지구가 자리한 초이동 J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대체로 신도시 발표를 수용하는 눈치다. 중개사는 “예전 경험이 있어서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보상금을 고려해도 이 지역에서 밀려나기보다 대부분 하남지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그러나 “정부가 급할 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집값 안정의 기미가 보이면서 발표가 추가 지연될 가망도 있다는 시각이다.

광명시흥지구는 더욱 자세한 내막을 들려줬다. 과림동 S공인중개사는 “다른 3급 그린벨트 지역과 마찬가지로 우사·축사나 야적장, 창고가 난립해있다”면서 “지자체는 지역 활성화를 약속한 것과 달리 세금을 부과해, 결국 세입자들이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에 따르면 창고를 보유한 토지주인들은 임대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신도시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세입자 또는 논밭 주인들은 낙후된 도시환경과 높아져만 가는 임대료에 시름하면서 신도시의 필요성을 갈망하고 있었다. 중개사는 “이곳엔 병원도 약국도 하나 없다”면서 “산업단지가 생기고 고용과 생산이 창출되면 주민들의 생활여건도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당 택지로 지목된 곳은 대부분 그린벨트가 섞여있어, 거주민이 애초에 많지는 않지만 보상비가 적정하다면 쌍방 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서도 “내년 토지보상비 규모가 2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추가 예산집행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적정 비용이 보상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더욱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전례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도시 부지 외에도 신혼희망타운 부지는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반대하는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강동구에 택지가 남는다고, 이미 넘치는 청년·임대주택을 밀어넣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개사는 “9호선 추가 연장도 불확실하고, 5호선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중개사는 신도시 계획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GTX도 미뤄지고 있고, 강남 접근성은 말만 그럴듯한데, 계획한 대로 교통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강남의 가치만 올려주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집이 부족해서 값이 뛰는 게 아니라 분산 정책이 정확하지 않아서 부동산 가격이 날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