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리는 시니어드림은 무엇일까. 고령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마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되짚어볼까 한다. 기대수명의 증가가 그저 생명만 유지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에 머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개인적인 차원과 지역사회, 기업 그리고 국가의 입장에서 서술했던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이 땅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삶이 있다. 목적과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삶.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의 가속화된 진입 가운데 부담으로 다가오는 고령화에 대해 목적과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삶에 대해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이들어감을 향로(向老)의 개념으로 인정하고 순응하는 자세로 말이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뇌 인지저하를 걱정하며 고립과 고독의 순간을 더 오래 경험하게 되겠지만, 그것을 결핍과 상실로 인식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가 노화는 축복이라고도 했다. 자연을 거스를 수 없는 한계 속에서 겸손과 낮아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스러져가는 세대라고 절망하며 연명하기보다는, 열심히 한 평생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박수를 보내며 겸손 가운데 스스로 존엄하게 여기면 좋겠다. 동시에 그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고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담대하게 삶에 맞서는 자세와 후배에 대한 격려도 전하면서 말이다.

보호자, 지원자로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치매 등의 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 관리의 대상일 뿐 당사자의 삶의 질 개선은 뒷전으로 미뤘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부담이 되고 과중한 부담감은 곧 현실 부정에서 출발한다. 반면 노년기 삶의 질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자연적 현상으로 다가오는 그 삶을 인정하기에 노화의 모습 그대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보호받아야 할 부분은 지원하고 관리하되 자립적 영역까지 불필요하게 관리하지는 말자.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요인 즉 나이와 성별을 재규정하는 의미로, 젊은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성, 남성성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 젊은 시절 잘하던 재능과 특기를 표출할 기회를 만들어보고, 가족에게 그리고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과거 가족 혹은 시설공동체가 전적으로 노인 돌봄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가족의 수발 부담을 경감시키고 또한 마지막 여생을 자신이 익숙한 일상의 영역에서 마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대세이다. 중증질환의 경우, 퇴원 이후 재입원의 위험성을 낮추는 의료체계의 재편과 지역사회 내 주거, 이동보조, 생활보조 및 주간보호센터 혹은 방문재활, 방문간호 및 방문요양 등 지역사회 복지와의 연계가 원스톱 서비스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특정 질환에 대한 공동체마을로서 네덜란드 호그벡, 일본의 치매마을처럼 거주자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며 일상을 누리는 삶을 영위함으로써, 치매가 완치되게 하기는 힘들지만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빈곤, 가족 불화, 치매 등의 이유로 생활이 곤란해 자발적으로 감옥행을 택하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롭지 않고 밥도 먹여주고 아프면 치료해주니까 감옥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충격적이지 않은가. 지역사회 내에 사회참여와 교류의 기회 및 복지와 의료 간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 지원 인프라가 자리 잡도록 준비해야 한다.

목적과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위해 본인도, 주변인도, 지역사회도 노력하는 가운데, 노년층의 사회참여 기회의 문을 열어놓은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소위 백세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세계 각국의 가장 노인친화적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고용혁신상을 시상함으로써 고령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인식을 격려한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립의과대학 등 전문가 집단도 가세해 퇴직자 재고용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경험과 기술을 가진 고령근로자들에게 다양한 재교육 기회를 부여해 본인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단축된 시간제라도 일할 수 있게 활용하는 것은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도 기여한다.

노인친화적 기업의 또 다른 유형이 있는데,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기존에 관심 밖이었던 노년층을 고객군의 중심에 자리매김함으로써 인류의 전환기적 비즈니스 역사를 써나가는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노쇠로 인해 야기되는 결핍의 영역에 대해서 4차산업혁명이 대변하는 기술적 지원을 통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여건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독거노인의 동작 패턴을 모니터링해 위험 대비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자율주행차, 로봇기술을 통해 신체기능, 인지기능의 저하된 부분을 보조한다. 이는 허약노인의 자립성을 지원하며 사회적으로 간병인력의 부족에 대한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백세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기업만의 몫일 수 없다. 국가는 미래를 담는 고용창출 및 기업생산성 향상과 4차산업혁명기술을 통한 혁신적 대안 모색을 위해 규제완화 및 세제 인센티브와 투자 지원을 장려해야 한다. 세금에 과중하게 의존하거나 지속가능한 재정 계획이 동반되지 못하는 복지는 자녀 세대에 큰 재앙을 떠넘길 뿐이다.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행의 지속적인 복지정책 보강에서 나아가 연금개혁 등 재정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는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를 조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미래에 대한 인식 재편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모든 상황들을 꿈꾸며 준비할 때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단계가 있으니, 노화로 가는 자연의 길과 대비해 노쇠의 길만큼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노쇠를 건강악화로 인한 기능의 제한과 사망위험을 높이는 현상이라고 할 때에, 꾸준한 운동과 재활, 영양과 사회활동 등을 통해 노쇠를 늦추거나 피할 수 있다. 예방이 가져다 줄 개인적 삶의 질 유지와 국가적 비용 절감의 효과는 대단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문화 자산, 곧 노인에 대한 공경 사상과 효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지금, 위에서 서술한 새로운 프레임웍 안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녹여내어 본다면 우리만의 건강한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니어드림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