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들판에 소와 닭들이 뛰어다니다 ‘나는 오늘 소 한 마리를 살렸다’, ‘우리는 오늘 닭 100마리를 살렸다’를 카피 문구가 나오는 15초짜리 광고다. 처음에는 공익광고인가 싶지만 사실 이 광고는 올해로 62주년을 맞은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조미료 미원의 광고다.

미원 100g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선 소 한 마리와 닭 100마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결국 MSG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공교롭게도 동물의 생명을 살린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을 내세워 유머러스하게 풀었다. MSG는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에 깊숙이 박혀있는 우리에게 미원은 역발상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 미원을 생산하는 대상그룹은 이번 광고를 통해 MSG 조미료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국물 맛을 좀 내자며 동물을 대거 희생시키는 것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최근 환경과 동물 생명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소구하기 충분하다. 출처= 대상그룹

MSG ≠ 불량식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010년 MSG의 안전성을 공표했다. 당시 식약청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JECFA)는 MSG의 다른 이름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의 하루 섭취 허용량(ADI)를 정해두고 있지 않다. 기준치 없이 섭취해도 눈에 띄게 관찰되는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아미노산 일종의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혼합한 것이다. MSG는 100년 전 일본에서 탄생했다.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가다시마 추출물을 연구해 음식에 감칠맛을 주는 물질인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임을 밝혀냈다. 글루탐산은 다시마, 파르메산치즈, 김, 토마토, 양파와 같은 천연 식재료에 풍부한 물질이다.

사탕수수를 발효해 생산한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첨가해 1909년 상품화한 제품이 세계 최초의 ‘아지노모도(味の素)’이다. 국내에서는 미원(현 대상그룹)이 1956년 처음 MSG를 국산화했다.

MSG 유해설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중식당에서 식사를 한 일부 미국인들이 메스꺼움이나 두통, 손발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호소했다. 중식당에서 다량 사용하는 MSG가 이러한 불쾌감의 원이이란 의학 보고서가 1960년대 말부터 발간됐다. MSG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초괄하는 ‘중식당 증후군(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이란 말이 생겨났다. 중식당 증후군은 1980년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1990년 초 국내에서도 MSG 유해 논란이 불거졌다. 한 식품업체가 첨가물 업계에 진출하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무첨가 마케팅’을 펼쳤다. 이때 MSG를 ‘화학조미료’라고 공격했다. 2012년부터 방영된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마치 MSG를 사용하면 ‘나쁜 식당’, 사용하지 않으면 ‘착한 식당’이란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위기는 의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MSG 유해성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불안이 커지자 신문과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서 검증에 나섰다. 이를 통해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다.

▲ 미원의 이번 광고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지 4일 만에 소와 닭 버전 모두 누적 30만 뷰를 돌파했다. 현재(한 달) 두 버전의 조회수는 각각 163만 회, 175만회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원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팩트 때문은 아니다. 핵심은 소비자들의 허를 지르는 ‘역발상’이다. 출처= 대상그룹

대상그룹의 역발상

미원의 광고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올라온지 4일 만에 소와 닭 버전 모두 누적 30만 뷰를 돌파했다. 현재(한 달) 두 버전의 조회수는 각각 163만 회, 175만회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원 광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팩트 때문은 아니다. 핵심은 소비자들의 허를 지르는 ‘역발상’이다.

미원을 생산하는 대상그룹은 이번 광고를 통해 MSG 조미료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국물 맛을 좀 내자며 동물을 대거 희생시키는 것은 과연 괜찮은 것인가’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최근 환경과 동물 생명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소구하기 충분하다.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미필적 선의’다. 이 광고가 우리에게 재미있게 다가올 수 이쓴 이유다.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됐네요’라는 카피를 이용해 ‘의도치 않게’ 선행을 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카피 하나로 앞에서 언급한 메시지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MSG 조미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대상은 지난 2016년부터 젊은 세대에게 MSG의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M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예능에서 유쾌한 이미지로 활약하고 있는 김희철을 모델로 내세워 <픽미원>과 <오쓸래미원> 등의 참신한 광고들로 젊은 세대를 공략해 왔다.

이는 인식 개선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6년 995억원인 매출은 지난해 100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조미료 시장이 4237억원에서 4226원으로 줄어들었지만 미원은 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더욱 의미있는 성과다.

대상 관계자는 “최근엔 ‘기적의 한 꼬집’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해쓴데 미원 한 고집만 쓰면 소 한 마리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콘셉트로 젊은 층으로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면서 “이달 중 미의 스페셜 에디션인 #미원_살려줘서_고맙닭 #미원_살려줘서_고맙소를 출시하며 이색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