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커머스 업계 이슈메이커 쿠팡이 11월 21일 엄청난 소식으로 업계와 미디어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2015년 글로벌 IT기업 소프트뱅크에서 10억달러(약 1조1310억원)를 투자받은 후 이번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에서 20억달러(약 2조2620억원)라는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쿠팡은 자신들이 말하는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을 얻었다. 그렇다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어떤 점을 보고 2조라는 큰돈을 썼을까. 손 회장이 쿠팡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쿠팡에게 2조를 투자한 주체는 엄밀히 말하면 소프트뱅크가 아니고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투자 주체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조성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다. 이 펀드는 2016년 손정의 회장이 1000억달러(약 110조원)의 자금을 모아 조성한 것이며 펀드의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정부의 투자펀드 ‘공공투자펀드(PIF)’다.

2016년 손정의 회장은 “정보기술(IT) 활용 생태계 구축,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기술의 성장 가치에 투자하기 위함”이라고 펀드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후 비전펀드는 조성된 첫 해에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 인수를 위해 243억파운드(약 35조원)를, 그리고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업체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4조45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인도의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에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그리고 GM사의 자율주행차 연구에 22억달러(2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 SVF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그래프에서 파란색으로 기록된 부분이 SVF의 사업이 반영된 2018년 소프트뱅크의 영업이익이다. 출처= 소프트뱅크 결산보고 영상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대한 손 회장의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 5일 열린 ‘소프트뱅크 2018년 결산설명회’에서 드러난다. 그는 “(비전펀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엄청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면서 SVF의 영업이익이 반영되지 않은 소프트뱅크의 영업이익은 7883억엔(약 8조원), 그리고 SVF 사업성과가 반영된 영업이익은 1조4207억엔(약 14조원)이라는 실적 현황을 제시했다.

여기에 덧붙여 손 회장은 “지금의 상승세를 낮추는 일 없이 지속시켜 나가고 싶고 (SVF로) 소프트뱅크는 이전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아니면 그것을 더 뛰어넘어 어쩌면 일본 경제가 체험해본 적 없는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당장 내년(2019년)부터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2조’로 쿠팡이 할 수 있는 것들 

20억달러(약 2조2620억원)는 2014년 1215억원,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 2017년 6388억원 등 지난 4년 동안 쿠팡이 기록한 영업 손실의 총합인 1조8675억원을 모두 만회하고도 남는 큰돈이다.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그랬듯 이번 투자유치는 쿠팡에게 최소한 3년 이상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 확장을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었다.

최근 쿠팡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오랜 기간 지적받아 온 물류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여지들을 만들었다. 쿠팡은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 CFS(Coupang Fulfillment Services)와 지난 9월 정부로부터 택배사업 운영허가를 받은 물류 자회사 CLS(Coupang Logistics Services)로 3PL(3자 물류·물류대행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일련에 보여준 계획의 연장선으로 쿠팡은 대구시에서는 친환경 전기차를 활용한 배송의 시험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는 쿠팡은 아마존이 이커머스와 연결된 물류시스템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삼는 것과 같은 방향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물류 오프라인 인프라, 그와 관련된 인력 충원 그리고 서비스 연구 개발에는 분명 많은 보탬에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소프트뱅크 2018년 결산보고 중 소프트뱅크가 SVF를 통해 재평가한 쿠팡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내용 출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기대하는 것은

쿠팡이 투자유치 확정 공식 자료로 밝힌 소프트뱅크의 의견에서 손 회장은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비전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면서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일련의 기록이나 쿠팡이 전한 멘트만으로 손정의 회장의 정확한 생각을 읽어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경험에 근거해 쿠팡에도 그와 비슷한 투자의 관점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의견들을 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정확하게 쿠팡의 어떤 점들을 높게 평가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없다. 그러나 쿠팡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긍정적인 기대는 최근 발표된 결산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보고서에서 소프트뱅크는 SVF에 쿠팡을 매각(알려진 대로라면 7억달러에)한 후 SVF에서 가치를 더 높게 다시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 쿠팡에 대한 믿음을 한번 더 보여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왼쪽)과 그와 손잡은 쿠팡 김범석 대표. 출처= 쿠팡

이에 대해 인천대학교 송상화 교수는 “지난 몇 년 쿠팡이 발표한 실적의 추이로 볼 때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기대하는 ‘목표’는 수익이나 영업익 측면의 관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쿠팡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우리나라 이커머스에 얼마나 넓은 저변을 확보하고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즉, 얼마나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얼마나 자주 쿠팡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쿠팡은 이번 투자유치 전에 소프트뱅크가 기대한 목표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러나 시장규모 100조원에 이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이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비중은 결코 소프트뱅크가 만족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 “2조원도 분명 적은 돈은 아니지만 쿠팡에는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한 투자로 쿠팡에 대한 믿음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매출의 폭발적 성장이든 인프라의 확장이든 쿠팡은 자신들이 강조하는 목표 달성으로 소프트뱅크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과연 쿠팡의 성과들은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는 손정의 회장의 ‘진짜 기대’에 제대로 보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