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SK(AA+, 안정적)가 23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우량채인 만큼 무난한 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금리수준에 쏠리고 있다. 민평금리가 AAA급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회사채 전반 발행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이번 공모 흥행에 힘을 싣는다. 오버부킹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2015년 SK와 SK C&C의 합병이 있었다.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안정적 포트폴리오가 불황도 이겨낸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21일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렌치(tranch)는 3년물(1300억원), 5년물(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금리밴드는 민평에 각각 –20bp~1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SK는 올해 들어서만 3차례(2월, 6월, 9월)에 걸쳐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모시장을 통해 조달했다. 상반기에는 모집액의 2.5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이번 수요예측도 무난한 흥행이 예상된다. 민평금리는 이미 AAA급 수준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언더 금리발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로 시장금리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오버부킹 여부도 관심이다.

SK, 성공적 합병...불황 모르는 꾸준한 수익창출

그룹 지주사인 SK의 신용등급은 주요 자회사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SK텔레콤(AAA0, 안정적), SK이노베이션(AA+, 안정적), SK E&S(AA+, 안정적), SK네트웍스(AA-, 안정적) 등 주력 계열사들은 업계 내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가 보유한 종속회사 지분 장부가액은 16조3000억원(2018년 9월말 기준)이다. 총자산의 77.9% 수준이다. 이중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네트웍스 등 4개사가 70.3%를 차지한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

SK네트웍스를 제외한 3개사는 내수기반 규제산업을 유지하고 있다. 견고한 수익창출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재무안정성도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SK는 크게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나뉜다. 지주부문은 2015년 8월 합병 이후 배당금, 상표권, 임대수익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업부문은 IT서비스 매출을 주력으로 한다. 자회사로부터 현금유입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부문은 주력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 유입과 계열사 매출에 연동된 상표권사용수익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현금흐름이 창출되고 있다. 상표권사용수익은 ‘SK’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사의 전년도 매출액의 0.2%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규모는 매년 2000억원 내외로 안정적이다.

배당금수익은 SK E&S,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3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7%(2017년 말 기준)에 달한다. 특히 SK텔레콤은 60% 내외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수익 안정성의 원천이다.

SK E&S는 최근 민자발전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배당금 기준 과거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현재 그 추세는 감소중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이후 유가 안정화와 정제마진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SK E&S의 배당금 감소분을 상쇄하며 SK의 안정적 현금흐름에 일조했다.

사업부문은 IT서비스사업이 현금흐름 안전성을 보강 중이다. 캡티브(계열 물량) 시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에너지업종과 SK텔레콤·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ICT업종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SK네트웍스 등 타 업종이 고른 비중을 보이고 있다. 금융 전 분야에 걸쳐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 우수한 레퍼런스도 축적 중이다.

▲ SK 사업부문 별 수익 [출처:한국기업평가]

2015년 합병 이후 대규모 자사주 취득(9045억원)과 신규 자회사 인수(SK바이오텍,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으로 차입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총차입금은 7조4000억원이다. 이중레버리지(지주회사 자본총액 대비 자회사 지분출자 총액) 지표는 123.8%다. 2017년 연간기준 순차입금/실질현금창출력 지표는 7.2배로 다소 부담이다.

다만,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4.8%, 35.4%로 표면적 재무안정성은 우수하다. 자회사 지분가치 등 재무융통성을 고려하면 실질 재무부담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연말에 채권 수요가 줄면서 일부 우량채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 제한적이라도 경기 둔화 우려는 비우량채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 이후 사업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신규 자회사 인수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