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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담] 곤 회장의 퇴진과 국가적 M&A프랑스와 일본의 자존심을 건 첨예한 대립
   
▲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체포됐다. 혐의사실은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이다. 곤 회장은 벤처 투자 명목으로 해외 자회사를 설립, 회사 자금을 이용해 브라질의 고급 맨션과 레바논 고급주택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의 체포를 두고 일본에선 알력 다툼의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곤 회장의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 2010년 네덜란드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닛산이 자본금 60억엔(약 600억9800만원)을 전액 출자했다. 닛산은 벤처 기업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투자 실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닛산은 10년 넘게 이 자회사 자금을 사용,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고급 맨션과 레바논 베이루트의 고급 주택을 잇달아 샀다. 닛산은 곤 회장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구매 비용뿐만 아니다. 유지와 개조 비용도 닛산 측이 부담했다. 부담 비용은 총 20억엔(약 200억3400만원)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곤 회장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레바논 베이루트는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곤 회장이 지냈다. 르노·닛산·미쓰비시의 주요 거점이 전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곤 회장은 브라질과 레바논 주택 구매 외에도 닛산의 다른 해외 자회사 2개가 소유한 프랑스 파리 및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주택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혐의도 있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을 유가증권보고서에 보수내역을 500억원 가량 축소 기재하고 회사 공금을 자택구입 등에 유용한 혐의로 체포했다. 2011년부터 5년간 99억9800만엔(998억4000만원) 상당의 보수를 49억8700만엔(498억원)으로 줄여 보고했다는 것이다. 닛산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 해임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 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64) 닛산·르노 회장을 19일 금융상품거래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이날 요코하마에 있는 닛산자동차 글로벌 본사에서 사이카와 히로토 최고경영자(오른쪽)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르노·닛산·미쓰비시의 동맹 접착제, 떨어질까

‘미스터 해결사(Mr. Fix it)’로 불리던 곤 회장의 몰락은 적잖은 충격을 준다. 닛산 내부를 넘어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으로 확산된다. 현재 3사 연합은 인수합병(M&A)이 아닌 각사 독립성을 보장한 자본제휴 형태로 운영된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닛산이 미쓰비시를 지분 34%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3사 연합 체제가 구축됐다. 서로 계약관계로 얽혀있는 상태인 셈이다.

얼라이언스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곤 회장 개인 역량이 컸다. 3사 연합은 글로벌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1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이 연합은 지난해 기준 총 1060만8366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곤 회장 체포 이전까지 3사는 판매량을 1400만대로 끌어올릴 전략을 구축하는 단계였고, 전기차 공용 플랫폼까지 개발할 계획이었다.

곤 회장의 노력에도 3사 연합이 와해할 것이라는 의견은 상존해 왔다. 닛산 측 경영진은 곤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됐다고 비판한다. CNN에 따르면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19일 기자회견에서 “기업 지배의 관점에서 너무 많은 권한을 한 사람에게 위임했다”면서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한 곤의 시대의 이면이다. 그가 리더인지 폭군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프랑스와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 상충에서 비롯된다. 닛산은 일본기업이지만 르노는 프랑스의 반 국유기업이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그룹의 지분 15.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닛산(15%)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플로랑스주법(2년 이상 주익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두 배로 인정하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그간 곤 회장이 3사간 이음세를 단단히 했지만 회장직에서 밀려나게 되면 프랑스 정부의 경영 간섭이 시작될 농사가 크다. 프랑스 정부는 그간 3사가 합병하더라도 르노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닛산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반대해왔다. 곤 회장 퇴진에 프랑스와 일본 정부의 마찰은 물론, 3사의 동맹 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부 외신은 프랑스 정부가 예상보다 빠르게 3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뉴시스

왜 곤 회장은 타깃이 됐나?

20년간 유지해온 르노-닛산 연합의 위태한 모습은 꽤 오래전부터 보였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르노와 닛산의 합병과 함께 생산공장을 프랑스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경제산업부 시절부터 강요해온 일이다. 이를 반대해 왔던 곤 회장은 닛산이 르노 지분을 추가 매입해가며 “비합리적인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반대해왔다.

마크롱은 다른 방식으로 곤 연합을 타게팅 했다. 지난 2016년 곤 회장의 과잉연봉을 문제로 삼았다. 그 결과 곤 회장 등 르노 경영진의 성과급은 20% 가까이 삭감됐다.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3사 연합에 간섭할 수 있는 여력은 더 커졌다. 곤 회장의 후임으로 프랑스 출신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후임자로 낙점됐다는 소문도 프랑스 대선 이후 나돌았다.

곤 회장은 결국 합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다. 곤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기능을 통합하기까지 했다. 또 닛산은 유럽에 판매할 신차를 프랑스에서 제조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비쳤다. 르노와 닛산은 합병 후 새로운 단일 회사로 출발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것.

일본은 이를 반대했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에 따라 닛산의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 내 닛산 생산공장이 프랑스로 옮겨갈 수 있다는 변수도 있다. 사이카와 닛산 CEO는 “두 회사의 합병은 부작용을 낼 것”이라면서 곤 회장의 합병 방안 검토를 반대해왔다. 일본 현지는 닛산이 르노에 편입돼 자회사가 됐지만 ‘르노-닛산’이라고 부르지 않을 정도로 닛산의 자국 회사 중요도를 따진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연고전’에서 ‘고연전’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본 언론에서는 닛산의 CEO가 곤 회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고발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온다. 체포 경위와 닛산 측 대응 때문이다. 곤 회장이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해 체포됐을 당시 오후 5시였다. 닛산은 오후 6시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그 와중 “곤 회장에 대한 복수의 중대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는 입장문을 발표한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곤 회장의 성명을 발표한 것. 이후 밤 10시 히로토 사장은 “곤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폐해가 나타났다”면서 “결코 용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우려를 넘어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라고 회장을 약 15분 가량 비난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곤 회장의 비리는 내부 고발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를 한다. 사이카와 사장이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내부 고발을 기반으로 닛산 감사역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사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검찰 당국에도 통보했다”는 경위를 밝힌 것.

산케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닛산 측은 곤 회장의 해외 체류가 많은 만큼 조사 사실을 알 경우 일본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회장에 대한 조사는 수개월 간 철저히 물밑에서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됐다. 닛산 내부 조사에 검찰도 응하면서 곤 회장을 체포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영어가 가능한 검사를 확충하고 일본에서 오는 시간과 현장 확보를 위한 모든 계획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됐다.

이날 산케이 신문의 첫 번째 면을 장식한 기사 제목은 <닛산 수 개월간 'TOP'을 조사>였다.

보수 성향이 강한 요미우리 신문은 “2015년 닛산과 르노의 자본관계를 재편하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곤 회장과 닛산의 관계가 무너졌다”면서 “프랑스 정부의 의도에 따라 르노와 닛산을 통합하려는 곤 회장의 행보를 닛산 경영진이 견재 해왔다. 결국 회장의 움직임까지 주시하기까지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종합해보면 르노·닛산·미쓰비시라는 회사 내에서 곤 회장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등 외국 경영진, 사이카와 사장을 필두로 한 일본 임원의 마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곤 회장은 프랑스 당국의 압박을 받아왔고 일본의 경고도 수차례 있었다. 

곤 회장 체포에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언급하기 이르지만,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대주주로서 그룹의 안정과 르노와 닛산의 동맹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을 남겼다.

국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부산공장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때문이다. 르노 삼성은 르노에 가까운 회사다. 그런데 르노와 닛산 갈등에 닛산의 생산 물량을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업계에 돌고 있다.

다만 르노삼성 측은 아직 모든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판단하긴 이르다는 의견이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이라면서 “조사에 대해서 실제 상황이 어떤지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성 기자  |  runforrest@econovill.com  |  승인 2018.11.21  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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