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김치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김치냉장고는 크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뚜껑을 여는 방식의 제품 판매는 줄고 선 채로 여닫는 스탠드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 냉장고 시장은 연간 150만대, 약 2조원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이 중 국내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은 4도어 경우 연평균 매출 10%, 2015년 기준 40%, 양문형 4도어도 2016년 기준 41%를 기록 중이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 15~10월 14일) 김치냉장고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이에 김치냉장고 시장은 2013년 105만대, 2014년 110만 대에서 현재는 약 120만 대 규모로 국내 일반 냉장고 시장만큼 커지고 있다.

이는 김치냉장고가 단순히 김치 보관만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육류, 뿌리 채소, 와인, 냉장이 힘든 바나나까지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세컨드 냉장고'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방 뒤 다용도실에 위치하던 김치냉장고는 어느덧 주방 한 가운데 냉장고 옆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 롯데하이마트는 400리터 이상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판매 비중이 올해 10월 50%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출처=롯데하이마트

김치 소비량 줄었지만, 김치냉장고 ‘대용량’ 판매 비중 늘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치를 직접 담그는 김치의 소비량은 2010년 147만 톤에서 지난해 현재 122만 톤으로 17% 줄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김치를 구매하는 비중은 2013년 8% 수준에서 지난해 13%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김치 자체 소비량이 지난 10년 사이 22%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김장 가구가 감소하는 것은 김장을 한 번에 하기 보다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김장을 번거로워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로 1∼2인 가구를 형성하고 있고, 이들은 직접 김장을 담기보다 지인에게 조금씩 얻거나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20∼30대의 비율은 25.2%에 불과했고, 40대 역시 42.9%에 그쳤다.

김치 소비는 줄었지만 김치를 위해 만들어진 김치 냉장고는 대형화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소비자들이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는 비중은 20% 이상 줄어든 반면 쌀이나 과일, 다른 식재료를 보관하는 비중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의 자료에 따르면 김치 이외에 다양한 식료품을 저장할 수 있는 400리터 이상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판매 비중(매출 기준)은 2015년 전체 김치냉장고 시장의 33%에서 2016년 35%, 지난해 42%에 이어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50%까지 올랐다. 김치냉장고도 김치만 보관하던 계절가전에서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세컨드 냉장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싶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특히 대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400리터 이상 대용량 스탠드형 제품이 전체 김치냉장고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세는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식품이 다양해지면서 식품을 꺼낼 때 깊숙한 곳에 넣게 되는 뚜껑형식보다 최근에는 스탠드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탠드형을 더 선호하는 것은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식품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식재료의 경우 실온 보관시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태에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 다용도 분리벽까지 갖춘 스탠드형은 300~500리터급으로 100~200리터급인 뚜껑형보다 저장용량이 크고, 식품을 넣거나 꺼낼 때는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어 더 편리하다.

이에 김치냉장고 업체들도 뚜껑형식이 아닌 스탠드형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9월 선보인 신제품 2019년형 ‘LG 디오스 김치톡톡’ 가운데 400리터 이상 대용량 제품 비중은 45%로 절반에 가까웠다. 40종의 신제품 중 400리터 제품이 15개, 500리터 2개, 800리터 1개 등 18개다. LG전자에 의하면 올해 전체 김치냉장고 판매량 중 스탠드형의 비중이 매출액 기준으로 3분의 2를 넘는다. 김치냉장고 시장의 기준이 스탠드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2019년형 김치냉장고 '김치플러스'의 경우도 모두 50여개 가운데 대용량인 4도어 제품이 40% 이상이고 스탠드형 제품은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전자랜드는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판매 비중이 지난해 53%로 절반을 넘어섰고 올해 6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출처=전자랜드

전자랜드에 따르면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판매 비중은 2015년 48%, 2016년 56%에서 지난해 53%로 절반을 넘어섰고 올해 61%로 증가했다. 또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중 4도어 대용량 김치냉장고 판매비중은 2015년 10%, 2016년 12%, 2017년 13%, 2018년 18%로 매년 증가하고 추세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최근 구형 모델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고객들은 기존 사용제품보다 대용량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2019년형 ‘김치플러스’ 제품. 출처=삼성전자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김치냉장고 속 김치 보관량은 이듬해 봄을 넘기면서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남는 공간에는 식재료를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세컨드 냉장고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제품의 판매 비중이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의 치열한 ‘김치냉장고’ 각축전
김치냉장고에 대한 수요량이 증가하면서 주요 가전업체들은 일제히 신제품을 내놓고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말 출시한 2019년형 '김치플러스'는 대용량(486~584리터)인 4도어 제품뿐 아니라 320리터 대 3도어 제품에도 '감자 바나나 모드'를 탑재했다. 감자는 냉장고에 넣으면 유해 물질이 쌓이고, 바나나는 갈색으로 변해 그동안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적 보관 온도인 10~15도를 유지해주는 ‘감자·바나나 모드’를 이용하면 채소를 최장 3주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또한 김치플러스는 변질되거나 벌레가 생기기 쉬운 곡류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줘야하는 와인 보관을 위한 전용 모드도 탑재했다.

LG전자의 2019년형 '디오스 김치톡톡'은 다양한 식재료 보관을 위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업계 최초로 400리터 대 김치냉장고 위 칸을 좌우로 나눠주는 다용도 분리벽을 적용했다. 한쪽에는 김치통을 넣고 다른 쪽에는 쌀·고기·채소 등을 넣을 수 있다.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김치 외의 식품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 패턴에 따라 상칸을 냉동·냉장·김치·맥주냉장고로 자유롭게 변경가능하다.

▲ 대유위니아의 '2019년형 김치냉장고 딤채' 제품. 출처=대유위니아

대유위니아의 2019년형 '딤채'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보카도, 자몽 등 보관이 까다로운 열대과일 10종의 특별보관 모드를 갖췄다. 이 모드에서는 열대 과일을 냉해나 부패 없이 최대 28일까지 먹기 좋은 상태로 보관한다. 지난해 청국장 숙성 기능에 이어 올해에는 묵은지 발효 기능도 추가됐다. 이밖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숙성 모드를 갖추고 냉동육을 빠르게 해동해주는 '고메 플레이트'도 장착했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묵은지를 만들려면 보통 1년 정도 발효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 발효 기 능을 쓰면 6주면 묵은지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우전자의 2019년형 클라쎄 스마트 컨버터블 김치 냉장고 신제품. 출처=대우전자

올해 대유그룹에 인수된 대우전자는 원도어 스탠드형 제품으로 102리터급 소형 김치냉장고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대우전자는 ‘클라쎄 스마트 컨버터블 김치냉장고’를 2013년 처음 출시해 2015년 누적판매 3만대, 2016년 누적판매 5만대를 돌파하였고, 최근 누적판매 9만대를 돌파했다고 20일 밝혔다. 2019년 모델에는 스페셜 주류보관 기능을 채용해 소주·맥주가 가장 먹기 좋은 온도로 보관이 가능하며, 소주 슬러시 모드 선택시 냉각실 내부 온도가 소주가 얼지 않는 최적온도로 설정되어, 슬러시 형태의 소주를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김치냉장고 속 김치 보관량은 이듬해 봄을 넘기면서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남는 공간에는 식재료를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세컨드 냉장고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제품의 판매 비중이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