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순 미국 동북부에 때 이른 폭설이 내리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지옥의 퇴근길을 겪어야 했다.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 등 동북부 지역에서는 지난 15일 폭설이 내렸는데 당초 예상보다 많은 적설량 때문에 사실상 교통이 마비됐다.

출근시간을 지난 상황에서 시작된 눈이 점차 거세지자 많은 학교와 회사들은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학생들과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부는 점심시간부터 일부는 오후 2시 이후부터 퇴근을 시작했는데, 이른 퇴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몰려든 차량과 길에 쌓인 눈으로 인해 각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폭설이 내리면 미끄러운 도로로 인해서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특히나 일기예보에서 폭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터라 도로에 염화칼슘이 뿌려지지 않은 상황에 눈은 계속 쌓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 뉴욕 센트럴파크 기준으로 6.4인치의 눈이 쌓였는데 11월에 1일 적설량으로는 지난 136년간 최고의 적설량이다.

미끄러운 길에 염화칼슘도 없고 제설차량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던 터라 교통사고가 연달아 발생했고, 뉴저지와 뉴욕 맨해튼을 잇는 다리인 조지워싱턴브리지에서는 20건의 교통사고가 기록되면서 다리가 아예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평일 하루 30만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조지워싱턴브리지가 폐쇄되자, 오도가도 못 하게 된 사람들은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서 이는 마치 피난민을 연상케 했다.

조지워싱턴브리지가 폐쇄되고 뉴저지의 많은 도로가 눈길 사고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하면서, 뉴욕과 뉴저지를 운행하는 버스들이 맨해튼의 포트오소리티 버스터미널에 돌아오지 못하면서 버스터미널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공간으로 변모했다.

눈으로 운행이 어려워진 1100여량의 버스 운행이 취소되면서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터미널을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채웠다. 그러자 인명 사고를 우려한 터미널 측이 문을 걸어 잠그고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면서 건물 밖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늘어서기도 했다.

또 경찰들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하다가 밀려 넘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 계단 이용을 금지했다.

교통체증으로 인해서 학생들이 탄 스쿨버스도 길에 묶였는데, 특수학교 학생들을 태운 스쿨버스가 오후 2시에 출발했는데 자정이 되서도 5명의 아이들은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

3살짜리 아들이 스쿨버스를 탔지만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시의원을 통해서 아들의 스쿨버스 위치를 확인한 부모는 아이가 점심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푹 젖은 기저귀를 10시간이나 차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뉴저지에서는 스쿨버스에 탄 채 주차장이 된 도로에 갇혀 있던 5살부터 10대까지의 학생들 80여명이 기다림에 지쳐, 인근 식당으로 가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학교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폭설로 부모가 데리러 오지 못한 학생들과 스쿨버스가 운행하지 못해 집에 가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체육관에 매트를 깔고 밤새 잠을 청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상황도 좋지는 못해서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이내의 출퇴근 거리를 짧게는 2~3시간에서 길게는 10여시간을 걸려 돌아간 사람들도 많다.

일부 운전자들은 오랜 교통정체로 인해 차량에 기름이 거의 떨어지자 아예 갓길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다음날 차량이 견인된 장소를 찾느라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교통대란은 사실상 미국 동부를 거의 마비시켰다. 예상보다 눈의 적설량이 많았던 것을 1차적 원인으로 꼽지만 고질적인 대중교통의 문제점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래되고 낙후된 철로와 신호시스템으로 교통체증이 없는 철도도 이날 눈으로 인해서 수시간의 지연과 정체가 계속됐다.

버스는 미끄러운 도로에 속수무책이었고 2개의 차량이 연결된 굴절형 버스는 아예 운행을 중단한 채 거리에 멈춰섰다.

지하철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서 지연이 잇달았고, 지하철이 없는 지역이 더 많은 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량이 밀리는 것을 알면서도 도로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