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금융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직을 구축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개편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했다.

현재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국회에서 8년째 계류 중이다. 그러나 금융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험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방향’토론회가 금융회관에서 19일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주최 측 3사 연구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하루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금융소비자보호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전 금융상품에 적용되고 원칙 위반 시 징벌적 책임금, 손해배상 입증책임전환 등 제재가 마련돼 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입법이 신속히 진행돼 소비자의 권익이 보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금융소비자 사전적 보호제도 강화방안’,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권리 증진 방안’,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행동경제학에 기초한 금융소비자보호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 연구원의 발표주제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정보전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신뢰에 기반한 산업으로,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공급업자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발전 등에 기반 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금융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충분한 이해를 돕는 것이 소비자 보호”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금소법제정으로 내용적인 원칙중심의 감독과 규제체계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면서 “높은 소비자보호 기준과 대응수준이 좋은 업자들만을 신규로 금융산업에 들어오게 하는 진입장벽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 보호대상.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사후구제제도로 분쟁조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의 보호 대상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금융이해력과 계약교섭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소비자”라면서 “금융소비자 사후구제 제도는 금소법 제정과 함께 금융사 영업행위 규제와 감독의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은 금융소비자 사후구제로 ‘분쟁조정’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분쟁조정 제도는 금융사와의 손해배상에 대한 분쟁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정하는 제도다. 영국은 금융옴부즈만서비스(FOS)에 의해, 일본은 대안분쟁조정기구(ADR)에 의해 금융사와의 분쟁을 처리한다. 그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국내 소송환경과 사후구제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할 때 ‘민사소송’ 중심의 제도보다는 ‘분쟁조정’ 제도를 강화해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요국 정부의 Nudge Unit. 출처=KiRi보험연구원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보다, 전달 방식과 정보가용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 금융소비자정책은 소비자가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성적인 존재로 전제하고 설정됐다”면서 “행동경제학적 정책수단은 소비자의 경제적 유인체계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미세한 개입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변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금융소비자 정책을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심리적, 인지적 특성을 고려해 정보전달방식 개선과 정보가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변 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미국 등 해외에는 해동경제학을 반영한 유닛(Nudge Unit)이 존재한다. 영국 대다수 채무자는 담보대출 연체나 압류 문제를 무시하거나 채권자들과 관련 문제를 상의하는 것 즉, 부정적인 것을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영국 정부기관과 은행이 협력해, 문제 단순화, 상호 이익, 때맞춘 독려 등을 넣은 ‘고안된 메시지’로 연체자가 직접 은행에 연락하도록 이끄는데 성공했다. 변 연구원은 “이처럼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인가를 연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9일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정책방향 토론회.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기자

2부에는 고동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소장,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회장, 최준우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 국장이 참가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모두 금소법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우 금융소비자국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제도 도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우선 제도 도입이 돼야,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