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세를 떨치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주춤하는 한편 FAANG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던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트로이카도 예전 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TAND(테슬라·액티비전 블리자드·엔비디아·디즈니)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FAANG에서 MAGA로의 이동?

ICT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과 F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경계가 흐릿했다. 일반적으로 FAANG을 많이 사용했지만 애플을 제외한 FANG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FANG이 더 익숙하지만, 애플이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기록한 후 FAANG의 존재감이 더 묵직해진 분위기다.

FAANG를 대체할 새로운 트렌드로 MAGA가 급부상하고 있으나, 주가 추이로 보면 둘 중 누가 더 특출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며 FANG이 큰 타격을 받기는 했으나 MAGA도 비슷하게 원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FAANG과 MAGA는 아마존과 애플, 구글이 교집합으로 들어가 있다. 결국 두 트렌드 변화를 살피려면 FANG과 MAGA 모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장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3분기 순이익 28억8300만달러, 매출 565억7600만달러, 주당 순이익 5.75달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순이익 기준 아마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0배 올랐으며 주당 순이익도 시장 전망치인 3.14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AWS 매출은 67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46%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이 빨라지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 AWS 위상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성장 지속성에 대한 우려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여전히 한 방이 있으나 단기적 관점으로 보면 리스크가 많다.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437억달러보다 29.7% 늘었으나 이는 시장의 전망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수치며, 3분기 매출 중 북미 매출은 2분기 대비 35% 늘어났으나 글로벌 사업 매출은 13% 증가에 그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 절벽이 보인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오는 4분기 실적도 보수적으로 전망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만 AWS를 중심으로 하는 클라우드 전략이 여전히 킬러 콘텐츠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MS, 구글 등에 맹추격당하고 있으나 여전히 업계 1위다. AWS의 글로벌 인프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2011년 80건 이상, 2012년 160건, 2013년 280건, 2014년 516건, 2015년 722건의 주요 서비스와 기능을 발표했으며 2016년에는 1017건, 2017년에는 1430개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출시했다. 단기적 성과 하락은 FANG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AWS를 중심으로 하는 클라우드 전략과 그 외 이커머스 플랫폼의 존재감은 아마존을 MAGA에 포함시킨다.

애플의 행보도 흥미롭다. 애플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사업자를 대표하며,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의 초입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애플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629억달러, 영업이익 161억1800만달러를 기록하며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며 발목을 잡았다. 3분기 4688만9000대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데 그치며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폰 안면인식기술에 필요한 3D 센서 부품을 제공하는 루멘텀홀딩스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이 결정타로 작동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판매 부진은 높은 출고가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폰XS(256GB) 출고가는 156만2000원, 아이폰XS 맥스(512GB)는 196만9000원, 아이폰XR(64GB)는 99만원으로 책정됐다. 여기까지가 저무는 해 FAANG의 일원인 애플의 고민이다.

반전은 애플의 미래 전략과 반전에 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고 있으나 오히려 마진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은 793달러에 이르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28% 늘어난 수치다. 덕분에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았어도 3분기 아이폰 매출은 371억85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 수직상승했다. 아이폰 매출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고무적인 실적행진을 이어가는 비결이다.

애플이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를 리스크로 생각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애플 3분기 서비스 매출은 99억8100만달러를 기록했고 애플워치 등 비 아이폰 매출은 42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와 31% 급상승한 가운데 애플의 체질개선이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iOS를 중심으로 마진을 많이 남기는 아이폰이 초연결 시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 MAGA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도 비슷한 맥락이다. FANG의 일원으로 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실망스러운 실적과 미래 성장 동력이 눈길을 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3분기 실적은 아쉽다. 이익은 91억9000만달러며 주당 순이익은 13.06달러를 기록했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3% 늘어난 47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것도 고무적이지만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반(反) 구글 정서가 현실적인 규제로 이어지는 대목이 문제다. 전통적인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각국에서 시장 반독점 규제에 휘말리는 대목도 불안하다. 당분간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구글에게도 클라우드가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8%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유통과 금융 일부 영역에서는 업계 1위 AWS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구글은 다이앤 그린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 대신 오라클 출신의 토마스 쿠리안을 새로운 CEO로 낙점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서 MAGA의 자격이 생긴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그리고 MS

FAANG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MAGA에는 없는 기업은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연결이 아닌 커뮤니티의 조합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올해 초 업계를 강타한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발목을 잡히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올해 초 사상 초유의 데이터 유용 논란을 겪으며 흔들렸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페이스북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무단 제공했기 때문이다. CA는 이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부진하다. 3분기 매출 137억3000만달러, 월간 활성자수 22억7000만명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구글과 함께 전통적인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에 몰두하며 탈 페이스북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사정도 심상치 않다. 오큘러스를 창업했던 팔머 럭키는 지난해 3월 회사를 떠났고, 얀 쿰 와츠앱 창업자는 지난 5월 페이스북을 떠났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겸 CEO와 마이크 크리거 창업자 겸 CTO가 인스타그램을 떠나며 탈 페이스북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시장의 맹주로 활동하며 두각을 보이고 있으나, 제2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분기 실적은 좋다.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매출 40억달러,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한 4억28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가입자도 696만명을 기록, 글로벌 가입자 수 1억2700만명을 돌파했다. 3분기 기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총량도 전년 동기 대비 135%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미래 불확실성이다. 당장 가입자 증가수가 예전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3분기 신규 가입자 비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큰 대목도 성장 한계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경쟁자들도 속속 링에 오르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수급을 끊고 내년 디즈니M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며 애플도 콘텐츠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도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며 한국을 파트너로 삼았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48%, 유럽에서 45%의 점유율을 가진 반면 아시아에서는 10%의 점유율도 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을 콘텐츠 수급 기지로 삼아 한류 열풍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유플러스와 전격적으로 협력하며 예열도 마쳤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며 IPTV 부문 단독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국내 IPTV중에서는 LG유플러스에서만 넷플릭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U+tv 이용 고객들은 국내 자체제작 넷플릭스 콘텐츠는 물론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오리지널 시리즈와 해외 콘텐츠인 미드, 영드 일드,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IPTV 대형 화면에서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FAANG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MAGA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기업, MS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MS는 올해 3분기 29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준수한 흐름을 보여줬다. 생산성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 매출이 98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했으며 퍼스널 컴퓨팅 부문 매출은 107억달러로 15% 상승하는 등 전 분야가 상승세를 탔다.

클라우드가 눈길을 끈다. 애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6%의 폭풍성장에 성공하며 전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심지어 86억달러를 기록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이 안정적인 외연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윈도우 생태계에 갇혀 신음하던 MS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운 사티아 나델라 CEO의 지휘로 조직이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도 보여주고 있다.

▲ 사티아 나델라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 7일 방한해 테크 인텐시티(Tech Intensity)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특정 조직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며 얼마나 성공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분산형 컴퓨팅 파워가 모든 영역에 스며드는 상황에서 MS의 비전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하며 두 회사의 협력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