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파구 J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잠실주공 5단지의 호가는 약 1억원 하락한 17억5000만원 선에 책정돼 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에 계약은 드물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강남·송파지역 아파트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눈앞에 둔 가운데 보유세·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매물로 내놓는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매수자들은 하락이 장기화될 때를 대비해 조금 더 기다리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1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2주 서울지역 아파트는 보합(0.00%)에서 0.01% 하락으로 전환했다. 이는 2017년 9월 1주 이후 61주 만의 하락 전환이다.

감정원은 9.13 대책의 효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그동안 급등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하락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남 4구는 재건축 단지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급매물이 출현하면서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강남 3구와 달리 홀로 상승세를 이어온 강동구 역시 5월 1주 이후 27주 만에 가격 하락 국면을 맞으면서 0.03% 떨어졌다.

반면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특정 단지의 사정일 뿐, 오히려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은 장기 관망세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간 가격동향에 의하면 종로·중구는 각각 0.05%, 0.08%의 상승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고, 낮은 상승폭을 유지한 금천구가 0.04%에서 0.06%로 상승폭을 키우기도 했다.

▲ 11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은 강남4구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출처=한국감정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실거래된 서울지역 아파트는 18일까지 2217건이다. 9월 1만2305건, 10월 1만238건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일평균 건수는 11월 18일 현재까지 123건으로 9월 약 410건, 10월 330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거래가 감소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가격 하락이 거래로 이어졌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시선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아직 상황이 급변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미동이 보이는)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송파구 잠실5단지 부근의 J공인중개사는 “5단지는 18억5000만원에서 현재 17억5000만원으로 약 1억원 떨어졌다”면서 “그렇지만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정도는 아니고 10월 계약이 두 건 될 정도로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매수자들은 올해 말 지나고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해 아직 기다리는 추세고, 매도자들은 너무 가격이 하락하면 안 된다면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기도 한다”라면서 “매수자들에게 여전히 버거운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취급하는 R공인중개사 역시 “급매물은 아니지만 최소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빠지면서, 18억원까지 오른 아파트 호가가 16억5000만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고가로 오른 데 비해서 내림세는 느린 편”이라고 평했다.

반면 7~8월 급등한 강북지역의 변동은 강남과 비교해 적은 편이었다. 노원구 D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급매물은 없고 “단지마다 다르긴 한데, 6단지의 24평형(전용면적 84㎡) 가격이 2000만원 정도 떨어져 4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게 전부”라면서 “하락세는 아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역시 “매수 문의가 오긴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는 지난 13일 총회가 무산되면서 매수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미세하나마 감지되고 있다. 헬리오시티 맞은편 G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입주하지 않을 계획인 집주인들은 사전점검이 끝난 마당에 임박해서 매매하면 어렵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안정감을 찾아서 이 시기에 계약을 끝마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개사에 따르면 급매라고 부를 수 있는 매물은 전용면적 84㎡가 3000만~4000만원 빠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멈춰있는 부동산시장의 심리를 9.13 대책과 ‘심리적 부담감’으로 해석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담되는 물건을 미리 정리해두려는 심리’로 풀이했다. 김영곤 교수는 “급매물은 항상 나오지만 특히 강남지역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 경기가 부진하고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업부담이 과도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직접 영향을 끼친 것은 9.13 대책 가운데 대출 규제이고 그동안 가격이 오른 데 대한 부담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파트 가격대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의 타격도 크기 때문에, 급매물이 신규담보대출 제한에 따라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강남 3구 매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연구원은 또한 “종부세 개편은 세법 개정 등 법안처리가 남아있고, 금리인상 역시 12월 인상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는 만큼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다주택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보유세가 적용되는 내년 이후로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유세 부과 현실화로 고가·다주택 소유자 규제를 암시했지만, 청와대는 이후 논의된 사항이 없다고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증권가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만큼, 한국은행의 이달 중 금리 인상도 예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