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한일 상공회의소의 회의가 연기됐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일본상의가 국내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언급하며 회의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정치·외교 문제가 경제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당초 지난 12,13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일 양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연기됐다고 19일 밝혔다.

한일 상의는 매년 양국이 번갈아 회의를 주최하는 데 올해는 대한상의 주도로 회장단 회의를 준비해왔다. 양국 상의는 주로 경제 협력에 관한 주제로 매년 회의를 진행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국내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을 판결한 데 대해 일본 재계가 반발하면서 정치적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일본상의는 회장단 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을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했고, 대한 상의는 “경제계 행사에서 판결 관련 언급은 적절하지 않아 이를 만류했고, 이후 한일 간 협의를 통해 회의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의가 연기되자 일본상의는 지난 8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개최 연기를 이해한다는 입장과 함께 재개 희망 의사를 밝혔다고 대한 상의는 전했다.

우리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두고 일본상의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건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명예 회장이 대법원 판결로 손해배상 명령을 받은 신일철주금의 명예회장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신일본제철 (현 신일철주금)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은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한국에 5억달러 (약 5600억원)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에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 대상이 된 한일 청구권 조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개인 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일 청구권은 1965년 박정희 정부 때 한국과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정은 내년에 다시 잡기로 했다"면서 “이번 회의 연기가 우려하는 것처럼 양국의 경제 문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