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원준 vs 아들 현준 ‘2파전’

당장은 아니나 서서히 이 회장의 지분변동이 예견되는 만큼 향후 후계구도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누가 ‘황태자’가 될 것이냐에 대한 얘기다.

현재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그룹 이호진(47) 회장의 맏조카인 원준(31) 씨가 가장 유력하다. 미국에 유학 중인 원준 씨는 태광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태광산업의 지분 11.08%를 보유하고 있다. 15.14%를 소유한 이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다.

하지만 ‘다크호스’는 있다. 이 회장의 장남 현준(15) 군이 또 다른 ‘황태자’ 후보에 거론된다. 나이도 어린 데다 아직 태광산업의 직접적인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 회장이 계획적으로 지분을 양도하거나 우회적으로 사들이게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주변의 인식이다.

우선 현준 군은 케이블방송 사업 부문의 중심축인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분 8.21%를 확보하고 있다. 티브로드홀딩스는 15개 SO들의 지주회사로, 이 회장이 24.47%, 태광산업은 55.32%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난해 초 흥국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의 지분 일부를 매각한 일이 있었는데, 지분을 인수한 곳이 계열사인 태광리얼코와 태광시스템즈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 군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들 계열사들의 태광산업 지분을 모두 합하면 4.5%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황태자의 자리에 언제든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44개, 섬유서 금융·방송 ‘탈바꿈’

1954년 창업주인 이임용 회장과 부인인 이선애(현 태광산업 상무이사) 씨가 부산에 차린 모직공장 태광산업사가 모체다.

태광산업은 초기 섬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에는 국내 최대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이 당시 흥국생명, 대한화섬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석유화학 부문 호조로 성장은 이뤘지만 이기택 야당 총재가 일가라는 이유로 매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등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호진 회장 취임을 전후로 케이블 TV사업과 금융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했고, 2004년에는 진로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과감한 M&A도 시도했다.

태광그룹은 무엇보다 창업주부터 강조돼 온 ‘무차입경영’ 덕분인지 현금유동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