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익 작가의 화면에는 살아 움직이는 기운이 있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정(靜)과 동(動)’ 혹은 ‘음(陰)과 양(陽)’ 같이 상반된 에너지가 함께 작동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물은 상반된 두 에너지가 서로 응(應)하고, 화(和)해서 만드는 다양한 변주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만든다.

자연을 닮은 종이와 인공물인 고무의 만남이 그러하고, 물과 친한 종이와 물을 밀어내는 열림, 빛과 어둠, 드러냄과 숨김의 연출이 그러하고, 거칠게 찢긴 종이의 단면과 가위로 매끄럽게 재단된 날카로운 선의 공존이 그러하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은 나약한 종이의 물성이 하나하나 집적되어 태풍에도 끄떡없이 견딜만한 건축적 구조물로 다시 태어남이 그러하다.

 

한편 송광익(서양화가 송광익,송광익 작가,송광익 화백,한지작가 송광익,KOREA PAPER,宋光翼,지물(紙物),SONG KWANG IK,ARTIST SONG KWANG IK,ソン・グァンイック) 작가의 작업은 단색화 혹은 미니멀 아트 범주로 볼 수 있겠지만, 작품은 두 범주 사이를 교묘히 교차한다.

지물은 단색화의 미적 특질과 구조인 평면성과 시간 축적의 결과물 즉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동양적 작업 방식에 의해 탄생한다. 그러나 지물은 단색화가 미니멀 아트와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정신성, 자기초월성은 가지지 않는다.

또한 지물은 물질이 전하는 다양한 미적 질감의 탐구로서, 미니멀 아트가 가졌던 물질성과 반복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지물은 작가의 인격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냉정함과 엄숙함을 전하는 미니멀 아트와는 달리, 순수한 손의 노동이 만드는 다양한 변화와 재료의 친근함으로 인해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글=하윤주/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