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3개 기업.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그룹(이하 CJ)은 콘텐츠 사업부문 CJ E&M과 커머스 사업부문 CJ오쇼핑의 통합법인 CJ ENM을 출범시킴으로 CJ제일제당(식품+바이오)-CJ대한통운(물류)-CJ ENM(콘텐츠+커머스) 등 대표 계열사 중심 개편을 마쳤다. 일련의 개편은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달성을 위함이다. 이에 3개사는 각 분야 글로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힘이 실리고 있는 기업은 단연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약 3년 동안 약 2조5000억원의 막대한 자본을 글로벌 영역 확장을 위한 M&A(인수합병)에 투자했다. 특히 가장 최근 이뤄진 미국 가공·냉동식품업체 쉬완스 인수 금액은 18억4000만달러(약 2조712억원)로 이는 국내 식품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액으로 기록됐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확장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2016년 3월 중국의 아미노산업체 하이더 인수에 대한 3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과 12월에는 미국 바이오업체 메타볼릭스와 베트남 냉동식품업체 까우째를 인수했다. 인수에는 각각 112억원, 170억원이 투자됐다. 글로벌 역량 확장은 지난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베트남 가공식품업체 민닷푸드 인수에 150억원, 6월에는 러시아 냉동식품업체 라비올리 인수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소재업체 셀렉타 인수에 36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 2016년~2018년 CJ제일제당 주요 글로벌 M&A 현황. 출처= CJ제일제당

올해 쉬완스 인수 이전까지 CJ제일제당은 2건의 인수 합병을 이뤄냈다. 지난 8월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미국 카히키(Kahiki Foods) 그리고 독일의 가공식품업체 마인프로스트(Mainfrost)를 인수했다. 두 기업의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련의 글로벌 인수합병은 CJ제일제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공식품’과 ‘바이오(아미노산계 사료)’분야 중심이라는 뚜렷한 흐름이 있다. 최고의 강점을 위해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제약사업 부문 ‘CJ헬스케어’의 매각이었다. 물론 제약 부문도 장기 관점에서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분야지만 본업인 식품과 교집합이 적고 산업 특성상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기간이 짧지 않은 점을 감안해 CJ는 과감하게 CJ헬스케어를 매각했다. CJ헬스케어의 매각대금 약 1조3000억원은 2조원이 넘는 쉬완스를 인수 자금에 보태졌다.  

이와 같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영역 확장은 단순히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 이상의 성과들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대표적 가공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만두는 지난해 유럽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1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고 단일 식품 분류로는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런가하면 아미노산계 사료를 포함한 바이오 부문에서도 주목 할 만 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7년 CJ제일제당은 브라질 삐라시까바(Piracicaba)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며 남미 라이신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10년이 지난 현재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라이신 시장 1위에 올라있다. 이에 라이신은 CJ제일제당이 글로벌 1위에 올라있는 5개 그린바이오 품목(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농축대두단백)중 하나로 기록됐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역량 강화는 이재현 회장의 분명한 의도가 담겨있는 전략적 접근이다. CJ 관계자는 “한국의 식문화를 전 세계의 트렌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이재현 회장이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의 모든 M&A는 그레이트 CJ 라는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확장은 안정적인 실적으로 더 힘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공시에서 CJ제일제당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94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1%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652억원으로 지난해의 2693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역량 강화의 근거이자 CJ제일제당의 주력인 식품사업부문과 바이오사업부문의 실적은 올해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식품사업부문은 매출 1조4564억원을 지난해 대비 40% 성장이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바이오사업부문 매출은 식품 조미소재의 매출 확대와 글로벌 시황 개선 효과가 더해지며 지난해 대비 17.2% 증가한 1조28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울러 바이오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약 78% 증가한 544억원을 기록해 22분기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 CJ제일제당 브라질 법인 'CJ브라질' 현장 사진. 출처= CJ제일제당

투자영역 전문가들의 진단도 긍정적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약10년간 CJ제일제당 M&A 전략은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의 분야를 늘리는 다각화였다면, 최근 보여주는 M&A 전략은 가장 잘 할수 있는 ‘핵심 사업’에 집중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면서 “쉬완스 인수와 같은 대형 글로벌 M&A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쉬완스가 가지고 있는 공정 효율화 기술과 원가절감 노하우에 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 경쟁력이 더해지면 여러 측면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냉동식품에서 상온 식품까지 이르는 넓은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목표가 명확하게 반영된 전략, 개별 기업의 뚜렷한 경쟁력이 합쳐져 CJ제일제당은 CJ그룹이 추구하는 미래를 만드는 3대 그룹 중 단연 가장 앞서나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