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능이 있었습니다.

우리 애들이나 가까운 친인척에서 수능과 멀어지니, 아무래도 관심이 엷어졌는데,

아침에 고사장 들어가는 그들 모습보니 옛 생각이 나며 짠해졌습니다.

그날 밤만은 도심을 그들 60만여명에게 다 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듯 합니다.

너무 지쳐서일까요? 아님 그들도 신체 구조를 노는 모드로 바꾸는데 시간이 걸려서일까요?

아직 좋아하는 일들이 없어서일까요?

친구 모임갔는데, 한 친구가 각자 좋아하는 것을 돌아가며 묻더군요.

둘은 스포츠, 질문을 주도한 친구는 여행.

내게 묻는데, 딱히 대답을 못했습니다.

영화배우 오대수처럼 음주수련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내가 실제 멈칫한 것은 스포츠라 답한 친구들은 그 분야 매니아이고,

여행을 좋아한 친구는 여행 작가로 인생 이모작을 하는 경지였기에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데다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 수준이라 할까요.

그 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릴 때 무슨 일이었던가는 생각나지 않는데,

무언가 즐겁고, 짜릿한 일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

물구나무서며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를테면 히딩크나 우즈의 어퍼켓 같은 나름의 세레모니였겠지요.

그걸 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왜일까요? 철이 들어서 아님 생활에 찌들은걸까? 아님 즐거운 일이 없어서..

아들이 어렸을 때 학교서 써오라고 했던 가훈도 생각납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였던 파블로 카잘스옹의 좌우명을

가훈으로 써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가훈에 충실(?)해서였는지 한참 공부해야 할 고교 시절에

게임에 빠져 적잖이 속을 썩였는데,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회사 선배들과 피시방 가서 게임을 할 때,

고수노릇을 즐기는 인생역전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야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무언가 한쪽에 빠지는 걸

스스로 경계했던 어린 시절 마음이 생각납니다.

엉거주춤! 거기서 머문 것 같습니다.이제라도 좋아하는 것에 빠져봐야 겠습니다.

그게 바로 비빌 언덕이 되겠지요. 빠질 것은 걱정말구요. 돌아오는 아들보고 알게 됩니다.

겨울은 깨달음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가을은 그 전 단계로 내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좋은 계절이라 하죠.

짜릿함을 느꼈던 과거의 나를 회복하는데,

우선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로 디딤돌 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