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즈 경매에서 파텍필립의 Ref. 2499가 391만 5천 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43억 9천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역대 최고가 Ref. 2499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가장 비싼 Ref. 2499는 에릭 클랩튼이 소유한 약 41억원짜리 플래티넘 소재의 Ref. 2499로 알려져 있었다. 파텍필립 Ref. 2499는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 명기로 통하는 시계다. 1951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Ref. 2499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를 한 몸에 담고 있는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1950년부터 1985년까지 35년의 생산 기간 동안 349점이 생산됐다. 평균적으로 1년에 단 아홉 점가량 제작된 셈이다.
이번에 소더비즈 경매에서 43억 9천만원에 낙찰된 Ref. 2499는 Ref. 2499의 초기 모델이다. Ref. 2499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약간의 디자인 변화를 거쳤는데, 시계 수집가들은 이를 기준으로 Ref. 2499를 총 네 개의 시리즈로 구분하고 있다. Ref. 2499의 초기 모델이자 첫 번째 시리즈는 가장 희소성 높은 버전으로 네모난 푸시 버튼과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타키미터 스케일이 특징이다. 두 번째 시리즈에선 푸시버튼이 동그란 디자인으로 변경되었고 인덱스는 바 혹은 아라비아 숫자로 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타키미터 스케일이 존재했는데, 세 번째 시리즈와 네 번째 시리즈에선 타키미터 스케일이 제거되었고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시리즈와 네 번째 시리즈의 차이점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사용 유무다.
파텍필립의 기록에 의하면 Ref. 2499의 초기 모델 중 옐로 골드 케이스를 장착한 시계는 40점이 채 안 된다. 이미 놀라운 희소성인데 이번 경매에 나온 Ref. 2499는 그중에서도 특이하고 유일한 시계다. 관전 포인트는 다이얼 6시 방향에 적힌 ‘Asprey’ 서명이다. Asprey(아스프리)는 1781년 런던에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럭셔리 브랜드다. 1920~1930년대 영국 왕족과 귀족이 쇼핑을 즐기던 곳으로 명성을 얻었고 현재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왕세자뿐 아니라 데이비드 베컴, 엘튼 존과 같은 유명인사가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파텍필립 Ref. 2499 중 다이얼 위에 ‘Asprey’ 서명이 적힌 건 이 시계가 유일하다. 백 케이스엔 ‘RC 25th May 1956’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RC가 누구를 말하는지, 1956년 5월 25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다이얼 위 ‘Asprey’ 서명과 시계 백 케이스 안쪽에 새겨진 영국 수입 인증 마크, 백 케이스 위 인그레이빙으로 추측건대 파텍필립이 아스프리에 시계를 납품하고 아스프리가 1956년 5월 25일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은 한 고객에게 이 시계를 판매한 듯하다.
무려 6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지나왔음에도 시계의 상태는 상당히 깔끔하고 양호했다. ‘Asprey’가 새겨진 Ref. 2499가 43억 9천만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에 낙찰된 데엔 브랜드와 레퍼런스 자체의 인기와 희소성이 주역했지만 잘 보존된 상태 역시 낙찰가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뉴욕 시계 전문 웹진 <호딩키> 에디터 스테판 풀비렁(Stephen Pulviret) 역시 “이번 경매가 의미하는 건 간단하다. 초기에 제작된, 주요 레퍼런스의 특별한 예는 여전히 경매장의 왕(King)이다. 특히 시계의 상태가 좋을 경우에”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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