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이 국가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성장률이 낮고,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거나 일부 악화된 국가가 취약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 등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발발할 수 있다.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만큼 현재 신흥국 금융불안 전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은 국가별로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여건 변화에 민감한 환율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움직임을 보면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의 금융시장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와 멕시코 등의 시장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 출처:한국은행

지난 2013년 5월 ‘긴축발작’(Taper Tantrum)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불안 양상이 다수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편, 이번 시장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취약국으로 드러난 국가들의 CDS프리미엄은 시장 불안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과거 긴축발작 때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한국은행

이러한 차별화 현상의 이유는 내재된 취약성이 상이하다는 데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성장률이 낮은 국가에서, 대내건전성 측면에서는 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거나 악화된 일부 국가에서 금융불안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가들은 대외지급능력 측면에서도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지속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채 비중이 50%가 넘는 터키에서는 금융불안이 촉발됐다.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번 금융불안의 주된 요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출처:한국은행

이번 신흥국 금융불안은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강도는 약하지만 가장 오랜 시간 지속(9개월)되고 있다. 이는 중국경기둔화 우려(2015년 5월~2016년 2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긴축발작에 따른 시장 불안은 2개월에 불과했다.

시장 불안의 장기화 현상은 약 2~3년전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과 관련이 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미국의 물가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상존하면서 정책금리 인상(+75bp)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신흥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의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잠재적 물가목표 수준(2.0%)에 근접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 전환했다.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 출처:한국은행

양호한 실물경제 여건 등을 반영해 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향후에도 금리인상 시점을 전후해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발발할 수 있다. 현실화될 경우 부정적 파급 영향은 상당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부문의 양호한 건전성 등으로 대외리스크에 대한 위험 노출도는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대외부문의 잠재적 리스크가 작지 않아 신흥국 금융불안 전개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